미 해군, 남중국해 전담 1함대 부활.. 7함대는 북한에 좀 더 집중

안두원 2020. 12. 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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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항모 전단의 훈련 모습. /사진=미 해군 홈페이지
[군사AtoZ 시즌2-46] 미국이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맞서 남중국해와 믈라카 해협 등을 관할하는 함대 신설을 공식화했다. 미 해군은 1973년 이후 3함대에 역할을 넘긴 뒤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인 1함대를 재건할 방침이다.

케네스 브레이스웨이트 미 해군장관은 최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공개한 구상에서 "우리가 인도 태평양에서 지니고 있는 군사 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1함대를 재건(reconstitute)하기로 했다"면서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고 못 박았다. 미 해군 1함대는 1947년 창설돼 미국과 옛 소련 냉전기에 미 서부 해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아오다가 1973년 현재 3함대에 흡수된 채 자체 조직이 없는 상태다.

1함대 재건은 미 해군이 가장 집중적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할 해역을 맡게 됐다. 미 의회는 내년 국방예산에 '태평양 억제 구상(The Pacific Deterrence Initiative)'이라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어 미 행정부가 마음대로 쓰라고 22억달러를 뭉텅이로 내줬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에서조차 대세를 이루고 있다.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로 진출하려는 시도에 그치지 않고 인도양으로 직접 진출하기 위한 정치 작업으로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임차와 아프리카 지부티 해군기지 운용에 나선 것은 미국이 1함대 부활을 결정하게 만든 여러 배경 중 하나다.

브레이스웨이트 장관은 "이 함대의 가장 우선적인 임무는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동맹국들에 법 지배와 자유로운 바다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면서 "1함대는 원정 함대(expeditionary fleet)로서 작전 담당 구역 내에 하나의 기지를 모항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1함대 재건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고 그때마다 싱가포르 혹은 호주에 모항이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 담당 장관이 일단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선박 유지 보수 및 보급을 위한 기지가 없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1함대 주요 시설을 특정 항구에 배속시킬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싱가포르가 거론되는 이유는 양 국가 군사 협력 관계가 이미 준동맹급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는 미 공군 전술훈련기 대대가 파견돼 있고 미 해군 보급부대도 자리잡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믈라카 해협을 코앞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위치지만 땅덩어리가 좁은 싱가포르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호주도 미국의 동맹국이고 이미 북부의 다윈항에 미 해병대 기지를 두고 있다. 이곳은 공간적 여유는 있지만 1함대가 주로 담당할 믈라카 해협 및 인도양에서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1함대 재건 소식을 가장 반갑게 맞을 곳은 미 해군 7함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해군이 현재 전 세계 바다에서 운용 중인 5개 함대(2~7함대)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7함대는 전 세계 바다의 절반 정도인 가장 넓은 면적을 홀로 담당해왔다. 7함대의 작전 구역은 서태평양과 인도양(중동과 페르시아만은 5함대 관할)이다. 그러나 7함대의 작전 구역 안에 있는 중국이 미국과 전략적 경쟁관계에 돌입하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재균형 정책'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인도 태평양 전략' 등 군사적 대응도 급격히 증가했다. 7함대는 담당 수역이 가장 넓은데다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중국 해군의 '굴기'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가장 빠쁜 함대이기도 하다.

재건이 추진되는 1함대의 작전 구역은 이러한 작전상 불균형을 해소하면서 중국 영향력 확대를 더욱 억제하기 위해 인도양의 동쪽 절반과 남중국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1함대가 동인도양과 남중국해 등을 담당한다면 7함대의 현행 작전구역에서 절반가량이 분담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7함대는 남쪽 방면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북한과 동중국해 등 한반도 인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대 중반까지 미 해군 7함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무력시위에 동원된 핵심 세력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중국이 남중국해 군사화 정책을 강행하자 7함대는 작전 구역 내 발생한 군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항행의 자유 작전'에 나서야 했다. 2017년에 7함대 소속 구축함들이 연달이 충돌 사고를 일으킨 데는 이 같은 업무 급증이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7함대가 남중국해 이슈까지 관여하지 않는다면 함대 소속 전력, 예를 들면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전단 등은 북한과 관련된 군사 대응에 더 투입될 수 있다. 함대 소속 감시 정찰 자산도 더 집중적으로 관심 지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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