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고양이 학대 유튜브..'사후 가이드'로 될까

김지숙 2020. 12. 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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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고양이 학대 유튜브 채널 두달 간 제재없이 게시돼
"유튜브 등 플랫폼 학대 영상 막을 가이드 마련해야"
한 유튜브 채널이 고양이를 포획해 괴롭히고 학대하는 영상을 버젓이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한 유튜브 채널이 고양이를 포획해 괴롭히고 학대하는 영상을 여러 편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고양이 학대·살해 영상만 공유했던 ‘고양이 사냥꾼’ 채널 논란 뒤에도 같은 사건이 반복돼 온라인에서는 공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개설된 이 채널에는 현재 모두 4개의 영상이 게시돼 있다. 각 영상은 여러 방식으로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고양이를 ‘괭놈’이라 지칭하고 있었다.

해당 유튜버는 포획틀에 가둔 고양이를 나뭇가지로 찌르거나, 고양이의 앞뒤 양발을 검정 절연 테이프로 감아 함부로 들어 올리는 등 가학적 행동을 보였다. 가장 최근인 19일 업데이트 된 ‘좀비가 되어버린 괭놈’이란 영상에서는 빈사 상태의 고양이 얼굴을 클로즈업 하거나 나뭇가지로 찌르는 등 자극적인 영상도 포함돼 있었다.

영상 속 고양이들은 겁을 먹거나 다친 상태로 보였다. 약물을 먹인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장면도 포착됐다. 포획틀에 갇힌 고양이는 이마와 코에 상처를 입어 털이 남아있지 않았고, 양발이 포박된 고양이는 목덜미를 잡혀도 별다른 저항 없이 몸을 늘어뜨린 모습을 보였다.

이 채널은 별다른 채널명 없이 고양이가 목 매달린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고, 채널 정보에 “짐승을 죽이면 살인마라는 주장은 인본주의 거짓과학”이라며 “야생 고양이를 죽인다고 살인마와 똑같이 취급하는 사람이 오히려 살인마”라는 글로 채널을 소개하고 있었다. 채널은 21일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없이 공개되어 있다.

채널에는 고양이를 포획해 괴롭히거나 포박하고 함부로 다루는 모습의 영상들이 게시돼 있었다. 유튜브 채널 갈무리

고양이 커뮤니티와 SNS등 온라인에서는 해당 채널의 게시 중단과 수사를 요청하는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길고양이 사진작가 김하연씨는 “아직까지 유튜브 학대 영상에 대한 경찰의 법적 처리나 대응이 몹시 미흡하다”면서 “사이버수사에 대한 의뢰(민원)로 많은 사람들이 문제 인식이 있다는 것을 (수사당국에) 알리고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고 전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해당 유튜버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글이 게시돼 3만2000여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길고양이 학대 채널 논란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7월 ‘고양이 사냥꾼1’, ‘고양이 사냥꾼2’라는 채널을 개설한 유튜버는 중국 혹은 해외에서 퍼온 동물학대 영상을 여러 편 게시해 물의를 빚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 채널의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오르는 등 논란이 커지자 해당 유튜버는 “고양이 학대 영상을 올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영상을 올린 뒤, 계정을 삭제했다.

이같은 동물학대 채널은 어떻게 계속 생성될 수 있을까. 유튜브 내부 정책에 따르면 게시자의 영상은 일단 모두 업로드 된 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의 관리를 받는다. 기본적인 시스템이 콘텐츠를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콘텐츠로 걸러지면 그때 관리자들의 리뷰를 거쳐 커뮤니티 가이드에 따른 조치가 취해진다. 일단 업로드 된 뒤 검토가 이뤄지는 시스템인 것이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갈무리.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는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에 대한 정책’에 동물학대 항목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지만, 동물학대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동물학대로 제시된 내용은 △투견, 투계를 비롯해 구경꾼이 강제로 동물을 서로 공격하도록 싸움을 붙이는 동영상 △불필요하게 괴롭히는 장면이 포함된 교육, 다큐멘터리, 과학 또는 예술이 아닌 콘텐츠 △상처 입은 황소가 나오는 투우 동영상 △폭탄 또는 독약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 사냥 등이다. 가이드는 ‘이 내용은 몇 가지 예이며, 정책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면 콘텐츠를 게시하지 말라’는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동물학대 영상이 빈번히 게시되는 것에 비해 부실한 내용이다.

동물권 활동가들은 동물학대 채널의 제재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카라 신주운 정책팀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학대영상을 사전에 막는 일이다. 학대 영상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만큼 플랫폼에서도 자체적으로 업로드 전에 자동 걸러낼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시스템으로는 계정을 바꿔가며 학대영상을 올리는 게시자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물권 활동가들은 동물학대 채널의 제재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김하연 작가 또한 플랫폼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문제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플랫폼 내 동물학대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유튜브 영상의 사전 검토는 표현의 자유 문제와 맞닿아있다. 그렇기에 더욱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동물학대에 대한 수사당국의 미온적인 태도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신주운 팀장은 “시민단체나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것에 비해 수사 기관은 대응은 매우 소극적인 편”이라며 “영상물을 신고하면 신고자의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되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와는 다르게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 과정에서 학대자가 영상물이나 계정을 삭제하면 그대로 수사가 종결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하연 작가는 “동물학대 채널 문제는 반복되고 있지만 범죄에 대한 정확한 대응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저 ‘여기 동물학대가 있어요’라고 소리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유튜브 신고와 사이버수사대 신고, 국민청원 등으로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유튜브가 동물단체의 조사결과 드러난 학대 영상 백여 건을 삭제 처리했다. 19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동물단체 ‘레이디 프리씽커’는 3개월간 동물학대 영상을 조사해 유튜브 영상 2000여 개를 유튜브 쪽에 삭제 요청했다. 이 단체는 150개 채널에서 120억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비디오들이 모두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위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단체가 신고한 2053개의 동영상 가운데 185개를 삭제했다. 유튜브 대변인은 “유튜브 커뮤니티 지침은 동물들에게 불필요한 가해를 가하는 것을 포함하여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거나 혐오감을 주기 위한 폭력적인 내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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