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만 1시간, 이런적 처음" 주말 손님 미어터진 창고형매장

추인영 2020. 12.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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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리두기가 만든 주말 풍경
"재택근무에 성탄절, 넉넉히 사두자"
트레이더스·빅마트 등 인파 몰려
쌀·과일·라면·죽 등 먹거리 매출
지난주보다 30~40% 넘게 급증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창고형 할인점에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임 모(36) 씨는 지난 19일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한 창고형 할인매장을 찾았다가 긴 주차 줄에 주차도 못 해보고 차를 돌렸다. 임 씨는 매장 정문 앞에서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까지 겹겹이 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선 고민 없이 떠났다.

임 씨는 21일 “재택근무 중이라 육아를 도와주시는 부모님과 함께 매일 집에서 끼니를 챙겨 먹는데, 이번 주엔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있어서 넉넉히 장을 봐놓으려고 했다”며 “몇 년간 다녔던 매장인데 차량이나 사람이나 그렇게 줄이 긴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임 씨는 대신 집에서 차량 5분 거리에 있는 동네 대형마트에 갔다. 이곳에서도 먹거리로 카트를 가득 채운 소비자들이 계산대 앞을 지키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조 모(50) 씨도 같은 날 경기도 광명의 한 창고형 할인매장을 찾았다가 결국 매장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하고 옆 건물에 주차했다.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매장 건물을 약 두 바퀴 에워싼 모습을 보고는 주차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매장에선 “주차하는 데만 한 시간 걸렸다”는 한 소비자의 푸념이 들렸다. 조 씨는 가득 채운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10분간 걸어서 차를 세워둔 주차장까지 가느라 진땀을 뺐다.


창고형 매장 매출 신장률, 대형마트보다 10%p 높아

19일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마트에 인파가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크리스마스 연휴의 시너지 효과일까. 지난 주말 창고형 할인매장엔 사람이 유독 많이 몰렸다. 재택근무가 늘고 코로나 19 확산으로 외식을 자제하는 데다가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겹치면서 주말을 이용해 대용량으로 장을 보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 19~20일 신선식품 식재료와 가공식품, 간식류 등 먹거리 매출이 2주 전인 5~6일(전주는 의무휴업일)에 비해 최대 35% 늘었다.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양곡(35.7%)이었고, 대용식(33.4%), 과일(32.3%), 조미료(25.3%), 과자(23.6%), 냉동ㆍ냉장(21.6%), 육류 및 수산물(21%) 순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이마트보다 매출 증가율이 약 10%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마트의 경우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이 가공식품(25%)으로, 과일(20.1%), 델리(18%), 채소(15.9%), 육류 및 수산물(27.5%) 순으로 매출이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창고형 매장이 일반 매장의 매출 증가율을 넘어섰다. 롯데마트는 먹거리와 생필품 위주로 매출이 늘어 전체 매출이 2주 전보다 13.8% 많아졌다. 품목별로는 상온밥·죽이 28.5% 늘었고 라면(22.4%)과 생수(15.4%)도 더 많이 팔렸다. 이에 비해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매장 빅마트의 매출 신장률은 27.2%로 롯데마트보다 13.4%포인트 더 높았다. 라면과 상온밥·죽의 매출 신장률은 각각 48.2%와 45.1%에 달했다.

홈플러스도 지난 14~20일 집밥 재료와 반찬, 통조림, 라면, 화장지 등 저장성 생필품 등의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에 달했다. 그중에도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매장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의 매출 신장률은 일반 매장의 약 3배 수준이었다.


일반 마트에서 창고형 매장용품 판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코로나19와 함께 올해 들어 인기가 더 커졌다. 가공식품이나 생필품 등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지난 2010년 11월 용인 구성점에 1호점 문을 연 이후 올해 10주년을 맞은 트레이더스는 지난 9월 19호 매장을 개장했다. 1년에 약 2개씩 매장을 추가한 셈이다. 지난 9월 자체 브랜드 ‘티 스탠다드’(T STANDARD)를 리뉴얼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내년 상반기엔 부산 연산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일반 매장과 창고형 매장의 장점을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18년 6월 대구점 리뉴얼을 시작으로 6개월 만에 14개 점포를 스페셜 매장으로 전환했고, 현재 총 2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 스페셜의 특징은 의류와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을 약 800종 줄이고,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약 130종 늘린 것. 창고형 매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공식품을 대폭 확대하고 오프라인만의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한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창고형 할인 매장에 더 사람이 몰리고 있다”며 “당장 창고형 매장을 새로 열기에는 부지 선정 등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매장을 활용해 창고형 매장의 강점을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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