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술자리 좀 줄이세요" 술집서 '노마스크'로 다닥다닥..시민들 '분통'

한승곤 2020. 12. 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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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음식점 영업종료 오후 9시
일부 직장인들 '빨리' 만나 '더 많이' 먹기도
좁은 공간 다닥다닥 '노 마스크' 코로나 확산 우려
시민들 "코로나 시국에 자제 좀 했으면" 당부
서울 한 식당에서 일부 손님들이 연말 술자리를 즐기고 간 자리. 사진은 제보받은 사진으로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조금 일찍 만나서 빨리 많이 먹죠." , "시간이 없으니까 좀 세게 먹기는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음식점, 술집이 오후 9시면 영업을 종료하자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들은 고육지책으로 평소보다 술자리를 빨리 가지는 등 연말 술자리를 즐기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다. 마스크를 벗고 술과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입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비말(침방울)로 인해 결국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처럼 어떻게든 연말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들에 대해 "정말 질린다","제발 그만 좀 마셔라","이해할 수 없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영업직에 종사하는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아무래도 술집이 문을 빨리 닫으니까 친한 직장 동료들끼리 퇴근을 좀 앞당겨서 모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연말이고 그래서 한 두 잔 마시는데 9시면 영업 종료니까 빨리 더 많이 마실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술 마실 때 빼고는 마스크 착용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40대 회사원 박 모 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박 씨는 최근 몇 주 전 부터 고향 친구들과 약속을 잡은 술자리에 참석했다.

박 씨는 "연말을 그냥 보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만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말에 만나 오후 1시쯤 만나 2차까지 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찍 만나서 먹다 보니 술집이 일찍 문 닫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술집에 모이는 상황 자체만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마스크 벗고 좁은 술집에 다닥다닥…코로나19 확산 우려

그러나 술자리에서 방역수칙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지난 6월 확진된 전북 전주시 확진자 A 씨의 경우 한 식당에서 6m 이상 떨어진 확진자와 5분 정도 같이 머물러 식사를 했지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식당 천장에는 에어컨 두 대가 작동하고 있었는데 에어컨의 공기 흐름을 타고 확진자 침방울이 식당에 퍼지면서 확진으로 이어졌다. 무증상 확진자를 고려하면 당시 식당 환경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이 된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사례를 연구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주형 교수팀은 "바람이 안 불 때는 비말이 1~2m 이내에서 가라앉지만 바람이 불면 원거리 전파가 가능하다"며 "선풍기 바람은 초속 5m 정도로 1초 만에 5m도 날아갈 수 있다"면서 "A 씨를 통해 공기 흐름에 따른 원거리 전파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음식점에서는 최대한 식사만 조용히 하고 나와야 최소한의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에어컨 작동이 멈춘 상황이더라도 환풍기 등 각종 바람과 공기를 타고 침방울이 전파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누구든 A 씨 사례와 같이 코로나19에 확진될 수 있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술 자리를 가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연말 조용히 보냈으면…" 시민들, 일부 술자리 참석자들에 코로나 확산 우려

결국, 연말 술자리 역시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시민들의 공통된 견해다.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일부에서 연말이다 뭐다 해서 술자리를 종종 가지고 있는데, 제발 빨리 먹고 집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술자리를 즐기고) 그러다가 본인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코로나 확산하면 정말 모두가 고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사원 이 모(37)씨는 "술자리를 가지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과거와 같이 '부어라 마셔라' 수준으로 먹는 것은 요즘 같은 코로나 확산 시국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우려와 같이 술집은 모두 밀폐된 공간인데다 좁은 공간에서 밀접 대화를 하므로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쉬운 공간이다. 특히 영업 중에는 소독이나 환기조차 쉽지 않아 보건당국은 방역수칙 준수를 거듭 당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술집과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더 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센터는 "좌석수를 줄이지 않고 테이블 간격이 6피트(182.88cm) 이상이 아닌 식당 실내 좌석에서 식사하는 상황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가장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19는 감염자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거나 그 감염자와 직접 접촉할 때 주로 전염된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침, 재채기, 노래, 말하거나 숨 쉴 때 호흡기 비말이 생긴다. 감염은 코로나19 감염자와 밀접 접촉해서 호흡기 비말에 노출되었을 때 주로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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