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생산국 우선·4월부터 독려·정부 잘 준비.."다 틀렸다" 커지는 불신

구교운 기자 2020. 12. 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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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등 비생산국 다수도 접종 시작..文, 4월부터 백신 말했다지만 '해외백신' 메시지는 9월에야
질병청, 11월에야 '백신 선구매 면책' 법적 검토 마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주요 국가들에 비해 늦어지면서 청와대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잘못된 접근으로 해명이 불신을 키우고,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백신을 생산한 나라에서 많은 재정지원과 행정지원을 해서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그쪽 나라에서 먼저 접종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우리도 특별히 늦지 않게 백신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또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발언은 상당 부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백신 개발국이 아닌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국가는 화이자의 백신 접종을 이미 시작했고, 싱가포르도 연내 접종을 준비하는 등 백신 개발·생산국이 아니더라도 상당수 국가들이 우리보다 빨리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1000만명분)만 계약을 완료했다. 다국가기구인 코백스퍼실리티(1000만명분)와 제약회사 화이자(1000만명분), 모더나(1000만명분), 얀센(400만명분)도 아직 계약을 하지 못했다. 이중 내년 1분기 국내 접종이 가능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뿐이다. 다른 백신들은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전날 "문 대통령이 마치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강민석 대변인)며 지난 4월 이후 문 대통령의 백신 발언 등을 상세히 소개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4~12월 13차례의 문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를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이 일찌감치 백신 확보에 신경을 써왔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외국에서 개발된 백신을 확보하라는 메시지는 9월15일 내부 참모회의에서야 처음 나왔다.

그 이전까지는 국내 개발 노력에 대한 강조와 지원 의지가 대부분으로, 해외 백신 확보 메시지는 11월 이후에야 집중적으로 나온다. 전체적으로 13건 중 7건은 국내 백신 개발, 2건은 위탁생산에 관한 내용이다.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자체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른바 'K-백신' 개발에만 치중한 나머지 외국에서 개발된 백신 확보에 소홀해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부적격성,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현안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적극적인 외국 백신 확보 노력이 뒤늦게 이뤄졌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문 대통령의 '외국 백신 확보' 지시가 나온 지 두달 뒤인 지난달에야 백신 선구매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를 마쳤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3일 감사원에 백신 선구매 및 세금부과 관련 질의를 보냈고 27일 '문제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같은 날 질병관리청은 제1차 적극행정위원회를 열고 질병청 공무원들이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 도입을 추진하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면책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즉 그 이전까지는 해외 백신 회사들과 접촉해 온 정부 당국자들이 적극적인 확보 노력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대규모 감염병 유행 당시 고초로 인한 공무원들의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정부가 2400만명분의 백신을 구입했다가 700만명분이 남아 감사원이 담당 공무원을 집중 감사하고, 보건복지부 과장이 별건으로 경고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백신 구매는 공무원들이 감사 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백신 구매시 면책할 수 있는, 두려움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과 정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강조하는 것보다, 대통령이 전면에 서서 솔직하게 지금까지의 실책을 인정하고, 현재 진행 상황을 자세히 알리고 최대한 백신 접종 시기를 앞당겨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국민들이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얼마나 노력했느냐가 아니라 백신이 언제 얼마만큼 들어와 언제부터 접종을 받을 수 있는지"라며 "이제는 대통령이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 간 백신 디바이드(Vaccine Divide·백신 접종 격차)가 벌어질 경우 이로 인한 경제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며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해) 국내 백신 디바이드가 발생할 경우에도 (사회갈등 심화로 인해) 정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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