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은 위헌"

김재환 2020. 12. 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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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인사들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특정 문화·예술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서울연극협회 등이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행위 등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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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문화계인사 명단' 관리 사건
野 지지하거나 정부 비판하면 지원 배제
헌재 "문화·예술인, 표현자유 중대한 제약"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20.12.2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특정 문화·예술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서울연극협회 등이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행위 등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지난 2014년 4월께부터 임기 중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거나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명단을 관리했다. 이 명단을 이용해 정부는 서울연극협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등 단체를 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아울러 정부의 세월호 구조 실패를 지적하는 영화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자, 배급사 등에 대한 지원도 중단됐다. 야권 후보를 지지한 이력이 있는 작가의 시집을 공공도서관 보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은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특검 조사로 드러났다.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원 배제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박 전 대통령도 이에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및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 등도 연루됐다는 게 특검의 공소사실이다.

이에 청구인들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지원을 배제하도록 한 것은 위헌적 공권력 행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지난 2017년 9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조영선 변호사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기자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17.09.18. chocrystal@newsis.com

헌재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구체적으로 "야당 후보의 지지나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에 동참하면서 표현된 것은 이미 공개된 정보이긴 하지만, 정보의 성격이나 주체의 의도에 반해 지원 배제의 목적으로 이용됐다"면서 "아무런 법률의 근거 없이 문화·예술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 지원 배제 지시는 문화·예술인들의 특정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적인 제한에 해당한다"라며 "이로 인해 앞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유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문화·예술 지원 사업은 재정의 한계로 일정한 기준에 따른 분배가 불가피해 상당한 재량이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단절할 목적으로 심의에서 배제되도록 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자의적인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헌재 결정으로 청구인들의 권리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재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제를 목적으로 한 정보 수집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봤다.

권리 침해를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지 않았다는 것에 관해서는 블랙리스트 작성이 비밀리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erleade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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