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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청소 용역, 머리부터 발끝까지 '총체적 부실'

안승길 입력 2020. 12. 23. 18:02 수정 2020. 12. 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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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갑질'이었으나

시작은 환경미화원들을 향한 '갑질'이었습니다. 전북 전주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손꼽히는 청소 위탁 용역 업체 '토우'의 이야기입니다.

업무 시간에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하고, 업주의 집을 증·개축하는데 미화원들을 동원했으며, 업주의 딸이 사는 서울 집을 고치는 일마저 강요했다는 증언들. 미화원들은 울분을 터뜨렸지만, 업주 부부는 선의로 일을 부탁했을 뿐이라며 '갑질'을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업주의 해명을 듣기 위해 회사를 찾아간 자리. 분명 업체 대표는 박 모 씨였지만 그의 답변을 제지하며, 옆에 있던 남편 육 모 씨가 모든 질문에 답을 하는 광경이었습니다.

육 씨 자신은 현재 대표는 아니지만 창업주이자 회장으로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말했고, 박 씨는 스스로 사실상 직함만 가진 대표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전주시로부터 한 해 80억 원이 넘는 거액의 용역비를 받아 운영되는 이 업체. 알고 보니 법인 어디에도 공식 직함이 남아 있지 않은 육 씨가 아내에게는 대표, 딸에게는 사내이사를 맡겨 '가족 경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사로 등재될 당시 딸의 나이는 불과 스물두 살이었습니다.

■'유령 직원' 동원·쓰레기 부풀리기…목적은 '돈'

취재진이 허옥희 전주시의원을 통해 입수한 전주시 청소 용역 사후정산보고서와 이 업체의 보험료 납부 내역 등을 대조한 결과, 친·인척을 포함해 이들 가족은 2017년 기준 5억 원이 넘는 급여를 받아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화원들보다 다섯 배 넘는 고액의 보험료 역시 회삿돈으로 냈습니다. 하지만 육 씨와 대표, 이사 등 이들 가족은 전주시가 지급한 용역비에서 직접 급여와 보험료 등을 받아갈 수 없습니다.
용역비로 정산되는 인건비는 현장에서 청소 업무를 보는 미화원들에게 지급될 돈이기 때문입니다.

전주시가 이미 용역비 총액의 5퍼센트는 이윤, 10퍼센트는 일반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실비를 보장해주고 있었지만, 미화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까지 손을 댄 셈입니다.


이들은 심지어 실제 일하지도 않은 가짜 인력을 미화원인 것처럼 속여 주인 없는 급여와 보험료 등을 가로챘습니다.

전주시가 확인한 가짜 직원만 스무 명이 넘는데, 여기에는 육 씨 일가의 친·인척, 육 씨가 별도로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의 직원 등도 포함됐습니다.


미화원들은 이 업체가 수거한 쓰레기의 처리량을 부풀려 용역비와 원가를 높였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청소차가 쓰레기를 싣고 소각장에 들어갈 때의 무게와 비운 뒤 나갈 때의 무게를 측정해 차이를 처리량으로 산정하는데, 출구 쪽 계량기 밖에 바퀴를 일부 거는 수법으로 이른바 '공차 무게'를 낮춰 처리량을 늘렸다는 겁니다.

같은 청소차의 공차 무게가 잴 때마다 크게는 1.5톤까지 차이를 보인 수치는 이를 뒷받침했고, 수사를 개시한 경찰이 현장 검증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 서로 닮은 수법…퇴직 공무원 '유착' 의혹도

이와 같은 비리는 비단 토우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혈연과 학연으로 얽힌 이들이 시에서 받는 용역비가 사실상 매출의 대부분인 업체에 줄을 대고 급여와 상여금을 독식하는 구조는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업체와 대형폐기물 수거 업체를 설립해 구역 2곳을 독점해 온 최 모 씨. 차례로 양쪽 업체에 이사로 이름을 올려 급여를 챙긴 여성은 그의 아내였고, 역시 두 회사로부터 함께 급여를 받다가 대표 자리를 넘겨받은 이는 최 씨의 고등학교 친구였습니다. 이들은 고교 동문을 감사로 선임해 미화원 인건비에서 억대 연봉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전주시 평화동은 이들 업체의 사업장이 위치한 동시에 실제 수거 담당 구역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일까요? 평화동장으로 퇴직한 공무원을 고용해 적지 않은 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유착이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한 토우 역시 청소 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관리 감독하던 전직 전주시 환경복지국장을 사장으로 '모셔와' 미화원 인건비에서 급여 등을 내줬습니다.


또 다른 퇴직 공무원은 한 청소 용역 업체 이사로 이름을 올린 뒤 아예 별도의 청소 법인을 세웠는데, 전주시와 맺은 용역 계약대로 청소일을 해야 할 미화원들을 자신의 개인 법인 업무에 동원했다는 증언도 잇따랐습니다.

여러 지자체의 민간 위탁 문제를 분석해 온 민주일반연합노조 김인수 조직실장은 "전주시처럼 감독 기관의 무책임 속에 청소 업체들이 각종 수법을 동원해 부당한 이윤을 축적한 사례는 전국에서도 이례적"이라고 지적합니다.

■ 법원도 전주시 책임 지적…'비리 온상' 청소 용역 직영화 요구 높아


이런 내용이 드러난 건 2017년 전주시 청소 용역이 공개 입찰로 전환되며 부족하나마 사후용역보고서 등 관련 자료가 만들어지면서부터입니다.

전주시가 청소 용역을 민간에 본격 위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부터. 공개 입찰 전환 이전까지 9년여간 사실상 수의계약을 통해 업체들에 용역을 줬는데, 수백억 원의 용역비가 어떻게 지급되고 쓰였는지 확인할 자료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전주시는 '토우'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청소 업체 12곳 모두를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토우’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사주 일가의 행위는 실책을 넘은 범죄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법원 역시 관리 감독의 주체인 전주시를 향해 각성을 촉구한 부분이었습니다.

전주 시민과 미화원들을 위해 쓰여야 할 용역비가 술술 새 청소 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사이, 전주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실한 현장 활동가와 시의원, 미화원들의 노력과 용기가 없었다면 업체들의 이런 행태는 드러날 수 없었을 겁니다. 민주일반연합노조가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전주시의 방관이나 공모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비리를 차단하고 청소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직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소 업무는 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위한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전주시가 민간 위탁 구역에 지급하는 용역비는 해마다 늘어 현재 직영 구역에 투입하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 됐습니다. 그동안 위탁 운영의 명분이었던 비용 절감 효과도 무색해진 셈입니다.

이들 업체와의 계약 종료까지 남은 기간은 1년여. 전주시의 숙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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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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