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철 장사로 먹고사는데.. 아예 문 닫으면 우린 죽어"

안승진 2020. 12. 23. 19: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 봉쇄령.. 스키장업계·주민 반발
일용직 근로자 등 1만5000명 실직 위기
"한순간에 일자리 잃어.. 생계 걱정에 막막"
"인근 지역 상권도 악화 우려".. 상인들 '한숨'
아르바이트생 "학비마련 못해.. 복학 차질"
업계 "보상 청구할 것".. 정부 "지원 논의"
"숙박업소는 50% 예약인데 우리만.." 원성
"골프장 허용, 스키장은 폐쇄.. 형평성 위배"
영업중단 항의 집회 정부가 24일 0시부터 약 2주간 전국 16개 스키장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린 가운데 한국스키장경영협회 관계자들과 강원 지역 스키장 인근 상인들이 23일 강원 횡성군 한 스키장 앞에서 영업중단 항의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횡성=이재문 기자
“스키장 일당으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어디 가서 생계비를 마련해야 합니까.”

강원도 한 스키장의 청소 일용직 근로자인 A씨는 정부의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 시설 폐쇄 조치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유행이 있던 올해 초 겨울에도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번 겨울에도 생계 걱정을 할지는 몰랐다는 울분 섞인 토로다. 그는 “지난 2월에도 스키장은 (피해)지원대상이 아니라고 해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추운 겨울인데 이제 어디가서 밥벌이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를 비롯한 스키장 비정규직·인근 지역상인 100여명은 23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스키장에서 정부의 이번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아무 근거없이 스키장 문을 닫아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라”며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는 전날 전국 스키장 등 겨울스포츠 시설과 주요 관광명소들을 24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폐쇄하는 내용의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관련 종사자 약 1만5000명이 실직상태에 놓였고 스키장 인근 지역상권도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영세상인은 “여기는 산골동네라 겨울 한철 장사로 1년을 나고 있다”며 “지난겨울에도 코로나 때문에 겨우 생존했는데 이번에도 아예 문을 닫아버리면 우리는 죽는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평창군 한 스키장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스키장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스키장 아르바이트생 B씨는 “스키장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일부 아르바이트생이 거주지에서 전염돼 온 것을 스키장 검사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라며 “겨울철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하려 했는데 일이 끊겨 내년 복학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평창군 한 스키장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같은 기숙사를 사용한 아르바이트생 등 20여명이 추가 확진됐다. 당국은 지난 21일부터 강원 지역 9개 스키장 종사자를 전수검사하고 있다.

‘된서리’를 맞게 된 스키장 업계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폐쇄 조치된 스키장은 전국 16곳이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스키장별 시즌권(50만~70만원)으로 고객 환불작업이 이뤄진다면 30억~50억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한다. 한 스키장협회 관계자는 “겨울 한철만 손님받는 16개 스키장은 폐쇄하고 사시사철 영업하는 500여곳 골프장은 허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스키장 폐쇄로 지역상권이 무너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신달순 스키장협회장은 “놀이공원도 통제를 안 하고 백화점도 입구에서 발열 체크만 하면 되고 숙박업소도 50% 한도 내 예약이 가능한데 산골에 있는 스키장과 콘도만 폐쇄조치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기준에 의해서 똑같이 규제하는 것도 아니고 더 위험한 곳은 놔두고 스키장만 규제하는 것은 지역 상권을 죽이는 섣부른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스키장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며 “납득할 수 있는 방역대책이어야 하는데 스키장만 코로나 온상처럼 취급받는 것은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협회와 인근 상인, 비정규직 근로자 등은 전국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가며 조만간 정부에 법적 피해보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여당에서는 당장 스키장 지원책을 내놓긴 무리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스키장 영업 중지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지원책은 너무 빠른 얘기 아닌가”라며 “(영업 중지로 인한) 피해 규모가 나와야 지원책 논의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정이 내년 지급할 3차 재난지원금에 정부 조치로 영업이 제한·금지되는 업종 지원책을 보완하고 있으니 (스키장도)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피해업종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는 3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3조원+α 규모’를 설 전에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4일부터 스키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 등 겨울스포츠 시설 운영 중단과 강릉 정동진, 울산 간절곶, 서울 남산공원 등 관광명소도 폐쇄키로 하는 등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두가 만족할 수 없겠지만 여러 가지 지원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승진·이동수, 세종=박영준 기자 prod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