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고 또 숙이고 '막말 사죄' 변창흠..野, 결정타는 없어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0. 12.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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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 구의역 막말 논란에 연신 사과
정의‧국민의힘 등 야권, 막말 관련 집중 질타
민주당, '자진 사과' 유도..해명 기회 주기도
장관 후보 낙마시킬 결정타 없어..여론 향배 주목
23일 국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변창흠 후보자가 과거 구의역 사고 등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죄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노동자에 대한 막말 논란을 두고 여야의 지적이 나올 때마다 변 후보자는 매번 고개를 숙였다.

야당은 막말 논란과 특혜 채용 등을 언급하며 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여당은 막말에 대한 자진사과를 유도하는 동시에 변 후보자를 엄호했다. 그러나 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결정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임명 여부는 여론 기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구의역 사고' 막말 집중 공세에 고개 숙인 卞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사진=윤창원 기자)
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시작부터 과거 자신의 막말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다. 그는 "제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특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 군과 가족분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시는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는 4년 전 서울주택공사 사장 시절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에 대해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 임대주택 거주자를 향해선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냐"고 언급한 회의록이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청문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변 후보자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대하는 게 확연히 차이가 나는 처신과 마인드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역지사지로 (김군의) 부모의 입장이었다면 용서가 되겠냐"고 몰아붙였다.

변 후보자는 "고인이나 유족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경솔하게 말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의원들의 지적이 있을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사진=윤창원 기자)
해당 발언에 대해선 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변 후보자의 반성과 성찰을 강조하면서도 사과를 통한 여론 달래기에 무게를 뒀다.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당시 김 군의 한 사람 잘못으로 치부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변 후보자는 "당시 건설 쪽에만 너무 치중돼 있어 구조에 대한 파악이 좀 늦었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당 김회재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과를 한 번 더 부탁드리겠다"고 사과를 권했고, 변 후보자는 "위험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같은당 소병훈 의원은 "'LH 직원들은 변치 않음에 오늘을 응원한다'는 변 후보자를 응원하는 편지도 있다"며 궁지에 몰린 변 후보자를 돕기도 했다.

◇임대주택 거주자 비하 논란엔 卞 "억울" 해명…성차별 발언 논란도

막말·낙하산 채용 특혜 논란에 휩싸인 변창흠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529호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무위원후보자 국토교통부장관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임대주택 거주자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발언에 대해선 변 후보자도 해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선 사과를 했지만, 입주자들을 위한 구조 설계를 위한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당시 회의록을 언급하며 "국민들에게 소위 막말을 하신 게 그게 왜곡됐다고 생각하냐"고 따져 묻자, 변 후보자는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다만, 변 후보자는 추가 발언 기회를 요청해 "아침 식사를 공동으로 공유 식당에서 하는 것으로 설계가 돼 있길래 '우리나라 사람은 아침을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먹지 않는다. 그러려면 비슷한 성향을 가지거나 취미가 같거나 원래부터 아는 사람이 먹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취지가 그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오해할 수 있는 점을 (해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해당 발언은) 앞만 떼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공유 부엌만 지어 놓고 거기에서 만약 식사를 안 하게 되면 어떻게 될 거냐. 그런 뜻 아니냐"고 묻자, 변 후보자 또한 "그렇다"고 동의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변 후보자는 해명 과정에서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성인지 감수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상 공유 부엌에서 모르는 사람과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특히 여성인 경우에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침을 같이 먹는 건 아주 조심스럽다"고 언급한 것이다.

해당 발언이 도마에 오르자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변 후보자는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다른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었던 것 같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예상과 달리 변 후보자를 낙마시킬 만한 결정적인 한방이 나오지 않으면서 변 후보자의 임명은 향후 여론의 기류에 좌우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을 관리하기 위해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하더라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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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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