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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원정 진료' 받으러..'분만 포기' 산부인과 늘어

정원석 기자 입력 2020. 12. 23. 21:38 수정 2020. 12. 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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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늘고 있습니다. 일부 도시에선 임신부들이 다른 도시로 원정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하기도 합니다. 불편한 건 물론이고 위급할 때 대처하기가 어렵습니다.

병원들이 왜 분만을 포기하는지,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인구 6만 2천 명의 위성도시 경기도 과천입니다.

과천에선 산모가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아기를 낳으려면 다른 도시로 가야 합니다. 병원이 없기 때문은 아니고요.

산부인과는 있지만, 아기를 받는 분만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부인과를 직접 돌아봤습니다.

[A산부인과 : (혹시 여기 분만도 하나요?) 아뇨 분만은 안 해요. 저희는 분만 쪽이 아니라서…]

[B산부인과 : 분만은 저희가 안 해요. 과천 안에는 아마 없을 거예요. 과천에서 아마 제일 가까운 데 저기 평촌 쪽으로 가셔야…]

아기를 낳으려는 부모들은 산부인과 원정에 나섭니다.

[박시영/경기 과천시 : 산부인과가 없어서 성남에서 낳았어요. 아무래도 정기검진을 성남으로 다니다 보니까 30분 정도 걸리긴 하거든요.]

[김윤미/경기 과천시 : 전 산본에서.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그런 산부인과는 과천시에 없기는 해요. 둘째는 어디서 낳아야 할까 여기서 또 산본까지 가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데…]

인구 16만 명을 넘는 의왕시도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는 없습니다.

[C산부인과 : 여기가 큰 병원이고 분만 병원이고 여기 범계 사시는 분은 OO병원 가세요. (의왕시에는 분만 병원이 없는 건가요?) 네, 없어요.]

병의원 자체가 부족한 중소도시 사정은 어떨까.

아예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지역들도 있습니다.

젊은 층이 적은, 지방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해집니다.

강원도 화천도 이 경우인데요.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에 화천군에서 운영하는 보건의료원에 공중보건의가 머물면서 진료를 담당하지만 분만을 하진 않습니다.

강원도 화천에 사는 28주차 임산부 김소은 씨.

첫 아이인데, 산부인과는 춘천을 다니고 있습니다.

[김소은/강원 화천군 : 1시간 조금 넘게 걸려요. 춘천 병원 가서 또 기다려야 되고. 갑자기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면 춘천으로 나가야 하잖아요. (화천)보건소는 휴진일 때도 있어서…]

[김태운/김소은 씨 남편 : 제가 없으면 혼자 운전을 하고 나가거든요. 사실 그게 불안하긴 한데… (대중교통은?) 힘들어요. 차 시간도 그렇고 병원이랑 터미널 거리가 멀어서…]

[윤보라/강원 화천군 : 춘천으로 산부인과를 다녔어요. 여기서 병원 계속 다녀도 분만은 춘천으로 나가야 해서 아무래도 다니던 병원 다니는 게 좋으니까요.]

공중보건의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 그나마 있는 산부인과 운영마저 중단되곤 합니다.

[평창군 보건의료원 관계자 : 올해 배치를 못 받았거든요. 배출 자체가 얼마 안 되니까… 강원도 자체에서 산부인과 공중보건의가 작년에 배출이 안 됐거든요.]

응급대처가 어렵다 보니, 사망률도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강원도 산모 사망률은 10만 명당 33명으로 서울보다 5배나 높고, 이라크와 비슷합니다.

화천과 평창처럼 산부인과가 아예 없거나 분만이 안 되는 곳은 전국에 65곳입니다.

이 중 1시간 이내 분만이 어려운 곳은 분만취약지역으로 분류합니다.

경상도가 12곳으로 가장 많고, 전라도 9곳, 강원도 4곳 등 전국에 30곳입니다.

경기도 동두천시엔 분만이 가능했던 산부인과 의원이 단 한 곳 있었는데요.

지난 4월부턴 이곳마저 분만은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산전 진료는 보지만 결국 출산을 하려면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건데 사정을 들어보겠습니다.

병원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왔던 신생아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고은희/산부인과 간호실장 : 저도 여기서 아기 낳았어요, 근무하면서. 약간 서운하면서도 불안감은 없어졌어요. 항상 불안과 스트레스 많이 겪었죠.]

26년 동안 신생아를 받아온 의사는 의료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고 말합니다.

[박혜성/산부인과 의사 : 무과실일 경우에도 국가에선 의사들이 책임을 어느 정도 지라고 하거든요. 분만하는 의사 입장에선 무과실인데도 책임져야 하는 게 되게 억울한 경우죠. 양수 색전증 같은 것들… 그런 게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되게 조마조마하거든요.]

전국의 산부인과 의원수는 2018년 기준 천3백여 곳, 이 중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는 절반도 안 됩니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40퍼센트 넘게 줄었습니다.

[김동석/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 뇌성마비, 산모 사망, 신생아 사망은 확률상 있을 수밖에 없어요. 위험성이 높은 것에 대한 충분한 법적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의사들은 자꾸 방어 진료를 하게 되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계속 분만을 못 하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돼요.]

한 때 연초마다 첫둥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알리던 서울 충무로 제일병원.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민영 산부인과였는데, 지금은 개원 57년 만에 문 닫을 위기입니다.

분만을 포기하는 동네 병원들이 계속 늘어난다면, 조만간 아기 낳으러 종합병원을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도시라면 모를까,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선 아이 낳기가 점점 힘들진다는 얘기죠.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라도, 어느 지역이든 안전하게 아이를 낳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강아람·김윤나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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