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보려다 실명위기라니"..백내장 안내염 환자들 분통

전미옥 입력 2020. 12. 24.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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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않은 투병생활에 일상 마비..전례없는 부작용 사태에 불안 호소
▲자료사진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병원에서 다른 안내염 환자를 붙잡고 같이 울었어요. 나보다 젊은 사람이던데 마음이 찢어지죠. 낫지 못할 병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두렵습니다."

서울시 중랑구에 거주하는 안내염 환자 김진숙(가명·60)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 10월 말 지인이 추천한 안과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과 렌즈삽입술을 함께 받고 안내염 부작용을 얻었다. 그는 “큰맘 먹고 결정한 수술이 잘못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가슴을 쳤다.

백내장 수술 환자에서 급증한 안내염 원인으로 의심된 점탄물질(OVD) 의약품 1개 품목이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가운데 피해 환자들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유니메드 제약의 점안주사제 '유니알주 15mg(히알루론산나트륨)' 2개 제조번호에서 품질 부적합이 확인되는 등 원인규명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유례없는 부작용에 치료결과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환자들의 걱정도 높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로 백내장 수술 환자에서 점탄물질 의약품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안내염 사례가 100건 가량 보고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안내염은 침습적인 안과 수술이나 외상 등에서 균이 침입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부 불가항력적인 사례도 있지만 통상 1000건당 1~2건꼴로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진다. 단기간 내 100여건으로 급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유니알주와 안내염의 연관성, 타 제품의 문제여부 등을 추가 조사 중에 있다.

피해 환자들은 ‘도대체 의약품 관리를 어떻게 한 것이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경기도 오산에서 영양사로 근무하는 이영은(가명·44세)씨는 “억울한 마음에 문제 제약사에 연락해 어떻게 그런 약을 눈에 넣게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눈을 잃게 되면 얼마를 보상하느냐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며 “병원에서는 눈 속 균이 잘 사라지지 않으니 지켜보자고 한다. 완치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실명될 수도 있다고 하니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 10월 중순 백내장 수술 후 안내염을 진단받았다. 병원에서 안내염 원인으로 의심되는 의약품을 사용했다고 전해오면서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케이스다.

이번 백내장 수술 환자에서 발생한 안내염의 종류는 진균(곰팡이) 안내염이다. 안과에서 생길 수 있는 염증성 질환 중 가장 위험한 질환으로, 치료가 어렵고 실명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꼽힌다. 안내염이 진단되면 균이 증식한 유리체를 제거하고 물로 채워주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다만, 유리체절제술 이후에도 균이 남아있을 수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투병생활에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같이 다가왔다. 건물 청소 업무를 하던 김씨의 경우 일자리부터 끊겼다. 그는 “안내염 관련 수술만 3번 받았다. 지금은 사물의 형태만 보이고 글씨를 읽기도 힘든데다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업무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워킹맘인 이씨 또한 “병가를 내고 치료 중인데 직업 특성상 대체인력이 없어 그만둬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직 엄마 손길이 필요한 10살, 13살 아이들에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들 안내염 피해 환자들은 '점탄물질(OVD) 안내염 피해자 모임' 카페를 개설해 정보 공유 등을 모색하고 있다. 추후 문제 의약품과 안내염 사이의 연관성 규명여부에 따라 법적공방도 예상된다. 해당 카페 운영자는 “환자들의 눈이 먼저이므로 치료정보를 공유하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인과관계가 규명되면 여러 방법을 고민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안내염 원인규명과 피해 환자들에 대한 치료와 힘쓰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혁진 대한안과학회 부총무이사는 “실제 안내염 사례들과 사용한 OVD에서 같은 균주를 발견하는 것이 본 사례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규명할 핵심일 것으로 생각된다. 유니알주만 문제가 밝혀졌는데 다른 OVD 등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해당 사례를 모으고 치료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전문가협의체를 통해 역학조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고 있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분명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국민 눈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각 의료현장에)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치료 방법에 대한 권고 사항을 배포했다.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으신 환자들에 대해서는 시력 재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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