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g나 빠졌던 택배기사, 생전 문자엔 "오늘도 300개"

최민우 2020. 12. 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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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택배업계가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이날 제공한 A씨와 동료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고인은 하루에 300개까지 물량을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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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동료와 주고받은 메시지 화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제공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택배업계가 대책을 내놨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택배 일을 하던 30대 남성이 또 목숨을 잃었다. 동료와 가족들은 고인이 하루 14시간 가까이 일해야 했다며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23일 오전 9시쯤 롯데택배 소속 택배기사 A씨(34)가 화성시 소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이날 제공한 A씨와 동료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고인은 하루에 300개까지 물량을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저녁 6시반쯤 ‘오늘도 300개 넘는다’고 말했다. 속도가 빠르다는 동료의 말에는 ‘아직도 100개가 남았다. 밤 11시는 돼야 퇴근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택배 노조 측과 유가족은 A씨가 하루 14시간씩 근무했고, 하루에 많게는 380개의 물량을 배송했다며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가족과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인은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하고 오후 9∼10시까지 250여건을 배송하며 하루 14∼15시간 일했다”며 “신장 190㎝에 체중 110㎏의 건장한 사람이 근무 6개월 만에 20㎏이 빠졌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은 지난 7월 입사했음에도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에 신고되지 않은 상태로, 롯데택배에서 근무했으나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유령 택배 노동자”라며 “그간 지적해온 산재보험 제외 문제와 관련해 사측 책임이 있는지 따져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는 “고인이 근무한 롯데택배 화성터미널에서는 간선차가 늦게 오거나 하차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새벽 2시까지 ‘까대기’(분류작업)를 진행했다고 한다”며 “지난 10월 택배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분류인력 1000명 투입 약속이 있었지만, 화성에서는 단 1명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생활물류서비스법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롯데택배는 과로사에 대해 사과하고, 국회는 생활물류법을 연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택배는 A씨의 하루 택배 물량은 200개 정도로 과로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분류인력 투입은 현재 일부 대리점에서 시험 운영 중이고, 산재보험 가입 등의 보호 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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