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상사가 여직원 헤드록하면 강제추행"

최나실 2020. 12. 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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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상사가 여성 부하직원에게 '헤드록'을 했다면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이 사건 헤드록은 김씨와 A씨의 관계, 구체적 행위의 모습, 행위 전후의 김씨의 언행과 맥락에 비춰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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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자리서 헤드록하고 머리채 잡고 흔들어 
1심 "강제추행" vs. 2심 "폭행은 몰라도 추행 아냐" 
대법 "남성성 과시해 모욕감 주는 것도 추행"
게티이미지뱅크

남성 상사가 여성 부하직원에게 '헤드록'을 했다면 강제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회사 대표이사인 김씨는 2018년 5월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인 피해자 A(27)씨의 결혼 여부 등에 관해 얘기하던 중 갑자기 왼팔을 이용해서 A씨 머리를 감싸고,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헤드록'을 걸었다. 김씨는 그 상태에서 A씨 머리를 2회 때렸다.

헤드록을 풀고 대화를 이어가던 김씨는 A씨가 이직 의사를 내비쳤다고 생각해 “이 x를 어떻게 해야 계속 붙잡을 수 있지. 머리끄댕(덩)이를 잡고 붙잡아야 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가락이 A씨 두피에 닿도록 양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고, 어깨를 여러 번 치기도 했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에게 헤드록을 건 것은 회사 대표로서 직원에 대한 애정과 이직하려는 듯한 A씨에게 섭섭함을 다소 격하게 표현한 것일 뿐 추행의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습관대로 무의식적으로 말을 걸려고 A씨 어깨를 툭툭 친 것일 뿐, 이 역시 추행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강제추행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일 함께 회식에 참여한 사람이 김씨에게 ‘이러면 미투다. 그만하라”며 계속 말린 점, 2차 회식 자리에서 다른 직원이 일부러 김씨와 피해자 사이에 앉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김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비록 김씨가 A씨를 접촉한 부위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더라도,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접촉 경위나 방법, 김씨와 A씨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2심은 “김씨의 행위는 A씨와 의기투합하여 같이 회사 일을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라며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성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가 아니므로 추행으로 볼 수 없고, 고의도 없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사건 발생이 공개된 홀 형태의 음식점에서 거래처 관계자들과 동석한 상태에서 발생한 점 △A씨의 머리·어깨 등은 사회통념상 성과 관련된 신체 부위로 볼 수 없는 점 △헤드록 걸기·머리채 잡고 흔들기 등은 폭행이 될 수는 있어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을 무죄 판단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날 “이 사건 헤드록은 김씨와 A씨의 관계, 구체적 행위의 모습, 행위 전후의 김씨의 언행과 맥락에 비춰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건 전후에 김씨가 내뱉은 "A씨 등이 나랑 결혼하려고 결혼을 안 하고 있다" "이x 머리끄댕(덩)이를 잡아 붙잡아야겠다"는 발언도 추행 여부를 판단한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폭행과 추행의 구분 기준인 '성적인 의도‘와 관련해서, 피해자의 여성성을 드러내고 피고인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밝힌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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