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리스도 극장가도 'F등급' 열풍

강영운 2020. 12.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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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감독·각본·주요배역 맡아
체스 천재 소녀 다룬 '퀸스 갬빗'
넷플릭스 흥행타고 세계 체스붐 불러
영화 '콜' 박신혜·전종서 최고 연기력
한국 스릴러물 중 최고 평가 받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155만 동원 호평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갬빗`.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요즘 인기 있는 콘텐츠는 'F등급'인 것들이 많다. 넷플릭스와 극장가를 'F등급'이 휩쓸고 있다. 놀라지 마시길. 여기서 F는 낙제가 아니라 여성을 의미하는 Female(여성)이니까. 최근 영화계는 감독, 각본, 주요 배역 중 한 가지를 여성이 맡으면 F등급으로 분류한다. 여성이 작품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개입했는지를 가리키는 지표인 셈이다. 과거에는 설익은 여성주의를 콘텐츠에 단순히 욱여넣는 수준인 탓에 비판의 눈초리가 많았지만 최근 만듦새가 뛰어난 작품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여성을 위한 작품들이 전성시대를 맞은 셈이다.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은 F등급 작품은 '퀸스 갬빗'이다. 10월 말 첫 공개 이후 4주 만에 6200만명이 시청했다. 올해 가장 많이 본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공개 한 달이 훌쩍 지난 16일까지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는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체스 천재 소녀 엘리자베스 하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83년 월터 테비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고아원에 버려진 소녀가 시설 관리원과 체스를 두면서 그랜드 마스터로 성장한다. 체스계 남성 거인을 묘령인 소녀가 격파한다는 쾌감도 쾌감이지만, 시나리오의 탄탄함도 극 중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흔해 빠진 '콩쥐팥쥐'식 선악구도 대신 인물과 인물 간 대립을 탄탄하게 엮었다. 고아 소녀가 체스 거물이 되어가면서 약물과 술에 빠진다. 뭇 남성들과 성을 자유롭게 탐닉하지만 어쩐지 그 캐릭터가 밉지 않다. 주인공을 맡은 안야 테일러 조이가 완벽하게 하먼을 연기한 덕분이다. 방영 이후 미국에서 원작 소설은 37년 만에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구글에서는 '체스' 검색 수치가 최고치를 찍었다고 한다.

한국형 스릴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콜`.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 한국 영화 '콜' 역시 여성 배우들 활약이 두드러진다.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스릴러물이다. 주연 배우 4명 모두 여성인 작품이라 팬들에게 'F등급'을 인증받았다. 충무로 신인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물임에도 불구하고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100%를 받아 명작으로 인증받았다. 2019년 서연(박신혜)과 1999년 영숙(전종서)이 우연히 통화하게 된다.

이윽고 둘은 다른 시간 속에 있지만 같은 공간에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과거에 있는 영숙은 죽은 서연의 아빠를 살려주고, 서연은 영숙의 미래를 알려준다. 문제는 영숙에게 닥칠 미래가 아주 끔찍했다는 사실. 영숙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서연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근래 나온 한국 스릴러물 중 가장 몰입도가 좋다는 평을 받았다. 남성의 역할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배우들의 촘촘한 연기에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숙 역을 맡은 전종서는 전작 '버닝'에 이어 '콜'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충무로가 가장 탐내는 여배우로 도약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몰린 극장가에도 'F등급' 영화는 구원투수로 활약한다. 관람객 100만명이 지난해 1000만 관객보다 넘기 힘든 요즘 영화 '삼진그룹-토익영어반'은 지난 10월 개봉해 155만 관객을 동원했다. 1995년 대한민국 삼진그룹에서 대리를 달기 위해 토익 시험을 치려다 회사 비리를 폭로하게 되는 여성 3인방 스토리를 담았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주연을 맡아 맛깔나는 연기로 재미를 더했다. 권선징악의 뻔한 스토리는 옥에 티지만 때로는 현실과 괴리된 판타지가 유독 빛나 보일 때도 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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