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유 밀수출 한국 선박' 조선일보 보도 오보 논란

장슬기 기자 2020. 12. 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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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국 선박이 대북제재 위반해 중국에 발각"…외교부 "대북제재 무관" 선박회사 "위반 사실 없어, 수색하던 사람들 헬기띄워 도망치듯 떠나"…"확인취재 없었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조선일보가 24일 1면에 “한국 선박이 북한에 석유를 밀수출하다 중국 당국에 억류·승선 검색을 당했다”며 “중국 측은 해당 선박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며 선박을 점거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지만 외교당국과 해당 선박회사는 대북제재와 무관하다며 오보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취재원을 '복수의 정보 소식통'으로 밝히며 한국 국적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 지난 12일 중국 해경에 억류됐는데 중국 해경은 해당 선박이 바다 위에서 유엔 대북제재가 금지하는 불법 선박 간 환적 수법으로 북한에 석유를 판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는 8면에 이어졌다.

▲ 24일 조선일보 1면기사
▲ 24일 조선일보 8면기사

이 선박은 중국 남중국해 하이난 인근 해변에서 지난 12일 중국 해경에 억류됐다가 지난 20일 풀려났다.

해당 선박회사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선일보 기사는 오보”라며 “그곳(하이난 인근)은 북한 선박이 나타나는 곳이 아니다. 거기서 기름을 사봤자 300~500톤 수준인데 (북한에서) 마카오까지 오는 기름값이 더 들겠다. 전혀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어디서 정보를 받아서 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에 확인취재 온 것이 없다”며 “조선일보 쪽 말로는 취재원이 우리 회사 이름을 안 알려줘서 (확인취재를) 못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기사를 중단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 측이) 선박에 있는 사람들 휴대폰을 다 압수했다가 20일에 전부 돌려주고 갔는데 자신들이 국제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 문제가 될까봐 '재산손실 입힌 것이 없다'며 급하게 헬기까지 띄워 도망치듯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공해상에서 한국선박을 불법점거했으니 영토침범과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20일 한국 선박을 억류했던 중국 해경들이 헬기를 띄워 배에서 빠져나가는 모습. 사진=억류됐던 선박회사 제공
▲ 지난 20일 한국 선박을 억류했던 중국 해경들이 헬기를 띄워 배에서 빠져나가는 모습. 사진=억류됐던 선박회사 제공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해경은 이 선박이 중국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선박에 올라와 배를 검색을 했다. 하지만 이 선박은 중국 영토에서 37마일 떨어진 공해상을 항해 중이라고 했다. 중국 해경은 이후 왜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는지도 지적했는데 당시 며칠간 태풍에 준하는 바람이 불었는데 국기가 커서 찢어질 우려가 있어 감아놨었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반은 억류였지만 반은 날씨 때문에 갇힌 셈이었다”며 “정부도 그래서 진입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선박회사는 대표이사 명의로 조선일보 기자에게 기사정정을 요청했다. 해당 선박회사는 “우리 선박은 UN 제재결의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남중국해 원양 어선들에 합법적인 해상 급유를 했다”며 “보도로 인해 우리 회사는 국내외 확인 문의는 물론 자칫 UN 제재결의를 위반한 회사로 인식돼 향후 사업 수행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니 28일자 1면에 정정보도를 게재하고 오히려 중국 해경 불법점거에 따른 피해자라는 부분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관계자는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외교부도 조선일보 기사를 반박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중국 측에서 대북제재 혐의를 제기한 바는 없다”며 “정부는 사건을 인지한 후 영사 조력을 즉시 제공했고 중국 측과 신속하게 필요한 소통을 진행했는데 해상·기상 등 여러 현장 요인으로 시일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고, 국제사회는 우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중국 측으로부터 대북제재 문제 관련 혐의가 제기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이에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썼다”며 “회사 측과 얘기하고 있고 필요하면 후속기사를 쓰거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뒤 “더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선박회사 관계자가 이날 기사정정을 요청하자 조선일보 쪽에선 '확인해보겠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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