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떳떳하다면서 왜 PC를.." 변호사마저 정경심 질책했다

박태인 입력 2020. 12. 24. 19:19 수정 2020. 12. 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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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검찰에 배신당해, 압수수색 대비해야"
지난해 10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검찰 소한을 앞두고 정 교수 변호인이었던 이인걸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방문했던 모습. 오종택 기자

"아니 교수님, 그렇게 떳떳하다고 하시면서 왜 PC를 교체하시나요"

지난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를 맡았던 이인걸 변호사(前청와대 특감반장)가 정 교수를 질책하며 했던 말이다.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에는 정 교수가 자택과 동양대 PC를 은닉하고 교체하는 긴박한 과정이 생생히 담겨있다.

판결에 따르면 정 교수의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를 뒤늦게 안 이인걸 변호사는 정 교수에게 "그렇게 떳떳하다고 하시면서 왜 PC를 교체하시냐. 이거 괜한 오해를 사게 됐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정 교수가 기소되며 변호인에선 사임했다.

2019년 9월 14일 장관직 사의를 밝히고 자택으로 들어가는 조국 전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조국, 김경록에 "집사람 도와줘서 고맙다"
정 교수는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2019년 8월 27일 다음날인 28일 자신의 자택에서 김경록 PB의 도움을 받아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정 교수 1심 판결에 따르면 정 교수는 김씨에게 "검찰에게 배신을 당했다.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김씨가 정 교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을 무렵 집에 도착한 조 전 장관은 김씨에게 "집사람 도와줘서 고맙다"며 악수를 한 뒤 침실로 들어갔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김씨에게) 의례적 인사만 했다. 고맙다는 취지의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판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김씨와 악수를 한 뒤 그가 집에서 나갈 때까지 침실에 머물렀다.

재판부는 이런 모습이 "조 전 장관이 사전에 정 교수로부터 김씨가 자택 PC의 저장매체를 반출하기 위해 온다는 말을 들었음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김씨에게 무슨 일로 집에 왔는지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측에선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는 내용이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누가 나 보진 않았겠지?"
김씨는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정 교수가 자신과 동양대로 내려가며 조 전 장관과 통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일정이 끝났다고 말하자 정 교수가 '김 대리가 운전하는 차를 타구 영주에 내려가고 있다''영주에서 하룻밤 자고 부산으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정 교수가 동양대로 내려가는 이유를 조 전 장관이 이미 아는 것 같았다"는 진술도 했다.

판결에 따르면 정 교수는 동양대 PC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누가 나 보진 않았겠지?"라는 말도 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자신이 PC를 반출하는 것을 다른사람에게 들킬까 염려하는 모습"이라 설명했다.

정 교수의 요청을 받고 정 교수의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김씨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정 교수는 자신의 증거를 김씨와 함께 인멸한 점이 인정돼 증거인멸 혐의론 처벌받지 않았다. 현행법상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앤 건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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