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 간경화 방치"..비닐하우스 숙소 금지
[뉴스데스크] ◀ 앵커 ▶
한국을 희망의 땅으로 알았지만 한파 주의보 속에 기숙사로 불린 비닐 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캄보디아인 속헹씨.
부검 결과, 1차 소견이 간경화로 나왔습니다.
다만,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비닐 하우스의 추위가 몸 상태를 악화시켰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귀국을 불과 3주 앞두고 채소밭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31살 캄보디아인 속헹 씨.
부검 결과 사인은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이라는 1차 소견이 나왔습니다.
추위로 사망한 건 아닌 걸로 보이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걸로 추정됩니다.
[유성호/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 "날씨가 춥게되면 가지고 있던 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치료를 오랫동안 받지 않은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속헹 씨의 숙소는 문을 열면 곧바로 거실과 방이 나오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엔 전기 공급도 일시 중단됐습니다.
농촌 지역 이주 노동자 숙소는 이처럼 부실하게 지어진 임시 건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두렵고 무서워요. 일 끝나고 기숙사에 들어와서 잠을 자는 동안 방이 춥거나 정전이 될까봐 정말 정말 두렵습니다"
노동자들이 사는 숙소에 와봤습니다.
이렇게 비닐과 검은 천막이 대충 덮여져 있고, 안으로 들어와보시면,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혀져 있습니다.
시멘트로 된 숙소 입구엔 각종 잡동사니가 방치돼있습니다.
이곳은 지난 여름 수해 이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일부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정작 농장주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농장주] "어휴 따뜻하죠. 대우 잘 안해주면 금방 가버려요."
[농장주 아들] "겉으로 봤을 때는 음침한데, 들어가보면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고…"
이런 숙소는 각종 재해에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9월 경기도 포천 한 농장 숙소에서 불이 나 자고 있던 이주 노동자 5명이 급히 대피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현실을 알면서도 사실상 묵인하고 있습니다.
[우춘희/이주노동자 연구자] "(농장주가) 신고를 하고 그냥 그 공무원들은 '아 그렇구나' 라고 확인만 하는 정도지, 열악한 사업장에 대해서 정부가 관리 감독할 능력도 되지 않고…"
고용노동부는 뒤늦게 비닐하우스 안에 조립식 패널 숙소를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내년부터 새로 짓는 숙소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이준하 / 영상편집: 김하은 / 사진제공: 포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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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휘 기자 (gunni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6037107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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