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힐 뻔한 두 자녀의 죽음..법정에 선 20대 부부의 '눈물'

박영서 2020. 12.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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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살해 혐의 '무죄'..사체은닉·학대 등만 유죄 인정
"살인 고의 충분 vs 고의 없어" 팽팽..항소심 선고만 남아
아기살해 (CG) [연합뉴스TV 제공]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두 아이가 태어난 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는 친부모 손에 의해 차가운 땅에 아무런 표지 없이 암매장됐습니다."

"잘 살고 싶다가도 이래도 되는 건가 자책하기를 계속 반복해요. 1심에서도 그랬지만 살인은 부인하고 싶어요. 그러나 다른 죄로 처벌한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불과 이틀 앞둔 23일. 춘천지법 103호 법정의 피고인석에 선 20대 부부의 마지막 진술과 이들에게 살인과 아동학대치사의 죗값을 치르게 해달라는 검찰의 최종의견이 교차했다.

피고인 황모(26)씨와 아내 곽모(24)씨는 출산한 세 남매 중 생후 5개월과 9개월에 불과한 자녀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살해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원주 3남매 사건'으로도 알려진 이 사건의 항소심은 이날 결심 공판을 끝으로 판결만이 남았다.

검찰이 중형을 구형하고, 황씨 부부가 선처를 호소하면서 어떤 판단이 나오더라도 법정이라는 무대에 오른 이들의 드라마에 '해피엔딩'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영아 살해 관대한 처벌 막는다…법정형 상향 추진 (CG) [연합뉴스TV 제공]

묻힐 뻔한 두 자녀의 죽음…아동 전수조사로 드러나

황씨는 2016년 9월 원주 한 모텔방에서 생후 5개월인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2년 뒤 얻은 셋째 아들을 생후 9개월이던 지난해 6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수십초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녀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씨는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황씨 부부에겐 두 자녀의 시신을 암매장하고, 둘째 딸의 사망 이후에도 양육수당 등 710만원을 챙긴 혐의도 더해졌다.

아이를 학대하고, 렌터카에서 양육하며 공중화장실 등에서 찬물로 몸을 씻기는 등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양육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의 충격적인 범행은 정부가 시행한 '2015년생 만 3세 아동 소재·안전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사 대상인 첫째의 소재 확인에 나선 지자체가 방임 의혹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하마터면 영원히 묻힐 뻔했던 두 자녀의 죽음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남자 아동 학대·폭행 (PG) [제작 정연주, 최자윤] 일러스트

"살인 고의 인정 어려워" 1심은 살인 혐의 무죄 판결

검찰은 1심에서 황씨 부부에게 각 징역 30년과 8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둘째 딸의 울음소리가 짜증 나서 이불로 덮었을 가능성은 있으나 평소 딸을 매우 아꼈던 점과 황씨가 곧바로 이불을 걷어줄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큰 점을 들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또 딸이 숨진 뒤 크게 슬퍼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점 등을 들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찬가지로 셋째 아들에게도 울음을 멈추게 하고자 다소 부적절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다른 이유로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황씨의 살인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서 곽씨의 아동학대치사 혐의에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사체은닉과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황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곽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방법원 [연합뉴스TV 제공]

"동생 울 때마다 아빠가 목 졸랐다" 첫째 아들의 증언

항소심에서 검찰은 황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고,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두 번째 공판에서는 '막냇동생이 울 때마다 아빠가 목을 졸라 기침을 하며 바둥거렸다'는 첫째 아들(5)의 진술 모습이 녹화된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 23일 결심공판에서 황씨 부부에게 원심 구형과 같은 형을 내려달라고 했다.

검찰은 "법의학적 증거와 현장검증 결과, 사건 전 학대 사실, 황씨의 충동조절장애 병력 등 객관적 증거에 피고인들의 상호 모순 없는 상세한 자백 진술을 종합하면 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황씨 부부는 검찰이 약 10분간 최종의견을 말하는 내내 고개를 떨궜다. '부모 1명이 학대를 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나머지 1명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곽씨는 눈물을 흘렸다.

황씨는 최후진술에서 새 삶에 대한 희망을 품다가도 자책하기를 반복했다고 털어놓으며 "1심에서도 그랬지만 살인은 부인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죄로 처벌한다면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곽씨는 "솔직히 변명할 건 없다. 아이를 정말 사랑했고 고의라는 건 없었다"며 "주시는 벌 달게 받겠다. 잘못한 거 아는데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게 기회를 좀 달라"고 선처를 호소했고, 이를 듣던 황씨도 눈물을 터뜨렸다.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3일 열린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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