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회서 '유권자 향응' 사과했지만 의원직 사퇴는 거부(종합)

신진호 2020. 12. 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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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유권자 향응’ 국회서 사과하는 아베 전 총리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5일 중의원에서 ‘벚꽃모임 전야제 유권자 향응’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2020.12.25 AFP 연합뉴스

총리 재직시 국회서 최소 118차례 거짓 답변
아베 “답변 정정하겠다…도의적 책임 통감”
야당 의원 “아베, 의원직도 사퇴해야” 촉구
아베 “초심 돌아가 직책 다할 것” 사퇴 거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벚꽃 모임 전야제’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사과했다.

총리 재직 시절 국회에서 관련 질문에 ‘거짓 답변’을 한 데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사실에 반하는 것이 있었다”며 에둘러 인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내가 모르는 가운데 진행된 것”이라며 직접 개입을 부인했다.

아베 전 총리는 25일 오후 중의원 운영위원회에서 검찰 수사 결과 전야제 비용의 일부를 자신의 후원회가 지출했음에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회계 처리는 내가 모르는 가운데 진행된 것이라고 해도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깊이 깊이 반성하고 국민, 모든 국회의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 2019년 4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정부 주관 ‘벚꽃을 보는 모임’에 참석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는 2차 집권을 시작한 후인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자신의 후원회를 앞세워 매년 4월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정부 봄맞이 행사 전날에 지역구 야마구치현 인사 등을 도쿄 등의 고급 호텔로 불러 만찬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 참가자들이 음식값 등으로 낸 돈은 5000엔 정도. 이는 호텔 측이 밝힌 최저 행사 비용인 1인당 1만 1000엔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아베 전 총리 측이 정치자금 관련 명세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채 참가비의 차액을 호텔 측에 보전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해 11월부터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고발이 이뤄졌고, 일본 검찰(도쿄지검 특수부)은 아베 전 총리의 비서 등 사무실 관계자는 물론 아베 전 총리에 대해서도 직접 조사한 결과 관련 의혹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그러나 ‘아베신조후원회’를 맡고 있는 비서 정도만 약식기소하고, 아베 전 총리는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아베, ‘거짓 답변’ 사과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거짓” 강조

아베 전 총리는 그 동안 ‘전야제 대납 의혹’에 대해 “후원회로선 수입과 지출이 전혀 없었다”면서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총리 재임 기간 국회에서 답변해왔다.

중의원 조사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33차례에 걸쳐 열린 중·참의원 본회의와 예산위원회 등에서 아베 전 총리가 의혹에 대해 답변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검찰 수사로 확인된 것과 다른 답변이 최소 118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권자 향응’ 국회서 사과하는 아베 전 총리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5일 중의원에서 ‘벚꽃모임 전야제 유권자 향응’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2020.12.25 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거짓 답변’ 논란에 대해 “재차 사실 관계를 설명하고 답변을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실에 반하는 것이 있었다”면서 ‘거짓 답변’ 당시에는 사실관계를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을 에둘러 강조했다.

전직 총리가 잘못된 답변에 대해 국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대응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야당은 아베 전 총리의 답변이 사실상 허위였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아베, 의원직 사퇴 요구는 사실상 거부

아베, ‘유권자 향응’ 의혹 국회서 사과 -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5일 ‘벚꽃모임 전야제 유권자 향응’ 의혹에 대해 중의원에서 사과했다. 2020.12.25 로이터 연합뉴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부대표 쓰지모토 키요미 중의원은 이날 운영위 질의를 통해 아베 전 총리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9월 16일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중의원 신분은 유지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국회의원 사직에 상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번 사건을 반성하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거듭하겠다”고 답변했다.

중의원으로서 정치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참의원 운영위에도 출석해 벚꽃 모임 전야제 논란과 관련해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것을 사과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전날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지역구 주민이 참여한 행사 비용의 일부를 대신 지불한 것과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사퇴와 자민당 탈당 가능성을 묻자 “초심으로 돌아가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직책을 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야당 “진실 설명하려는 자세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 간사장은 참의원 운영위에서 “의혹이 더 커졌다”며 아베 전 총리를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쓰지모토 부대표는 아베 전 총리의 중·참의원 운영위 출석이 끝난 뒤 국회 기자단에 “진실을 설명하려는 자세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무엇을 위해 변명하러 나왔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월 28일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사의 표명 몇 주 전부터 병원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던 아베 전 총리는 지병 악화를 사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치권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스캔들을 돌파하기 위해 총리직을 던졌다는 분석이 상당수 제기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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