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쫓아내려다 먼저 물러나는 추미애..'민주적 통제'의 역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위기에서 기사회생하자 윤 총장 징계를 추진한 주체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책임론에 내몰리며 사퇴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추 장관의 징계 제청을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과를 표명하자 사실상 윤 총장 징계 책임을 추 장관에게 묻고 추 장관의 사표를 신속하게 수용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추 장관이 물러나면 신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동안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장관 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 차관은 최근 택시기사 음주폭행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추진의 후폭풍이 엉뚱하게 법무부 1, 2인자의 공백 사태로 나타나게 될 수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앞서 지난 16일 추 장관이 사의 표명을 한 이후 윤 총장의 징계 처분을 마무리한 후 적절한 시기에 검찰개혁 임무를 완수하고 물러나려 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 절차와 함께 징계 내용 문제 가능성까지 지적하며 집행정지를 결정하자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사과가 나온 배경은 추 장관 선에서 윤 총장 징계 사태를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란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징계를 재가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했지만 어디까지나 절차를 어기고 징계를 청구한 주체는 추 장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의 사표가 빠른 시일 내에 수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초 검찰 정기 인사는 추 장관 영향권에서 멀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올해 1월 장관 임명 후 검찰총장의 인사협의권은 철저하게 무시한 채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는 '학살 인사'와 정권 관련 수사팀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노골적으로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 장관이 이번 인사에도 손을 댄다면 윤 총장 징계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검사들에게 보복성 인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이미 사의를 표명한 데다 법원으로부터 징계 명분까지 잃게 된 추 장관이 검찰 인사까지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현재 재수사를 요구하는 고발이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는데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경찰에 수사지휘할 지 미정인 상태다. 경찰의 초동 수사 기록과 다른 상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어 경찰이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경찰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차관과 검찰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게되는 셈인데 또한번 검찰 수사를 통한 법무부 대 검찰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 때문이다. 더구나 이 차관은 직전에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 장관 변호인을 맡았던 전력이 부각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이 차관이 추 장관과 함께 윤 총장 징계위 책임이 가볍지 않은데다 택시기사 음주폭행 의혹까지 논란을 더해가면서 청와대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는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니 중립적 인사의 학자 출신의 법무부 장관 인사를 빨리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내세워 검찰 조직을 장악하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인사권이나 감찰권 등 제도적 권한을 남발한 것도 문제지만 '민주적'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 찍어누르기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임명 직후 검찰총장을 '일개 외청장'이라고 지칭하거나 윤 총장이 인사 관련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 명을 거역했다" 등의 표현으로 검찰 조직은 물론 여론의 반감을 산 것은 결국 자충수가 됐다.
새로운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더라도 검찰과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찰개혁 명분 하에 검찰과 갈등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을 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조국보다 더 센 적임자로 추미애를 선택해 선을 넘는 것도 허용해준 게 이 사단을 나게 한 원인"이라며 "윤석열을 잡겠다고 다음 법무부 장관은 추미애보다 더 센 사람을 찾아야 하나? 사실상 법무부 장관으로 윤석열과 검찰을 견제하고 장악하는 건 실패했다고 손을 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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