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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쫓아내려다 먼저 물러나는 추미애..'민주적 통제'의 역설

김태은 기자 입력 2020. 12. 26. 08:41 수정 2020. 12. 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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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관용차를 타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법원은 전날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사건에서 '본안소송 1심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징계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며 인용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에 9일 만에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부재중 업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12.25/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위기에서 기사회생하자 윤 총장 징계를 추진한 주체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책임론에 내몰리며 사퇴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추 장관의 징계 제청을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사과를 표명하자 사실상 윤 총장 징계 책임을 추 장관에게 묻고 추 장관의 사표를 신속하게 수용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추 장관이 물러나면 신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동안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장관 대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 차관은 최근 택시기사 음주폭행 사건 은폐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추진의 후폭풍이 엉뚱하게 법무부 1, 2인자의 공백 사태로 나타나게 될 수 있다.

윤석열 쫓아내려다 먼저 물러나는 추미애
추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결과를 내놓은 지 이틀이 지난 26일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총장은 다음날인 25일 점심부터 업무를 재개해 동부구치소 내 확진자 확산 등과 관련해 형사사법 시설 방역과 안전 확보를 지시했다. 이에 비해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에 몰두하느라 동부구치소 방역에 소홀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졌음에도 이날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앞서 지난 16일 추 장관이 사의 표명을 한 이후 윤 총장의 징계 처분을 마무리한 후 적절한 시기에 검찰개혁 임무를 완수하고 물러나려 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법원이 윤 총장의 징계 절차와 함께 징계 내용 문제 가능성까지 지적하며 집행정지를 결정하자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사과가 나온 배경은 추 장관 선에서 윤 총장 징계 사태를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란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징계를 재가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했지만 어디까지나 절차를 어기고 징계를 청구한 주체는 추 장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의 사표가 빠른 시일 내에 수리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초 검찰 정기 인사는 추 장관 영향권에서 멀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올해 1월 장관 임명 후 검찰총장의 인사협의권은 철저하게 무시한 채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는 '학살 인사'와 정권 관련 수사팀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노골적으로 단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 장관이 이번 인사에도 손을 댄다면 윤 총장 징계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검사들에게 보복성 인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이미 사의를 표명한 데다 법원으로부터 징계 명분까지 잃게 된 추 장관이 검찰 인사까지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과천=뉴스1) 이승배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 2차 심문기일을 연다. 2020.12.24/뉴스1
이용구 대행체제도 '흔들'
추 장관이 물러날 경우 법무부는 당분간 이 차관 대행 체제로 꾸려나가게 된다. 이 차관은 유력한 법무부 장관 후보 중 한 명이다. 장관 임명이 다소 늦게 되면 이 차관 주도하에 검찰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택시기사 음주폭행 사건의 향방이다. 차관 임명 전인 지난달 초 일어난 일이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경찰이 내사종결하도록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점점 불어나게 되면 경찰 차원의 해명으로 끝나기 어려워진다.

현재 재수사를 요구하는 고발이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는데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경찰에 수사지휘할 지 미정인 상태다. 경찰의 초동 수사 기록과 다른 상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어 경찰이 사건 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경찰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 차관과 검찰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게되는 셈인데 또한번 검찰 수사를 통한 법무부 대 검찰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 때문이다. 더구나 이 차관은 직전에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 장관 변호인을 맡았던 전력이 부각된 바 있다.

법조계에선 이 차관이 추 장관과 함께 윤 총장 징계위 책임이 가볍지 않은데다 택시기사 음주폭행 의혹까지 논란을 더해가면서 청와대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는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니 중립적 인사의 학자 출신의 법무부 장관 인사를 빨리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하고 있다. 2020.12.24/뉴스1
'민주적 통제' 실패…추미애보다 더 센 법무부 장관 가능할까
법무부 장관이 한동안 공석 상태고 법무부 차관마저 피의자로 수사받을 가능성에 검찰 정기 인사는 신임 장관이 임명되고 난 이후 시점인 수개월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 그 사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검찰국장,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찰 간부 인사들에 대해 조직 내부의 사퇴 압력이 거세지면서 일부 자리가 빌 수 있다.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이들 역시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내세워 검찰 조직을 장악하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인사권이나 감찰권 등 제도적 권한을 남발한 것도 문제지만 '민주적'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 찍어누르기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임명 직후 검찰총장을 '일개 외청장'이라고 지칭하거나 윤 총장이 인사 관련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 명을 거역했다" 등의 표현으로 검찰 조직은 물론 여론의 반감을 산 것은 결국 자충수가 됐다.

새로운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더라도 검찰과 관계 설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찰개혁 명분 하에 검찰과 갈등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을 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조국보다 더 센 적임자로 추미애를 선택해 선을 넘는 것도 허용해준 게 이 사단을 나게 한 원인"이라며 "윤석열을 잡겠다고 다음 법무부 장관은 추미애보다 더 센 사람을 찾아야 하나? 사실상 법무부 장관으로 윤석열과 검찰을 견제하고 장악하는 건 실패했다고 손을 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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