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北 백신 지원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은 2020. 12.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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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백신 보급되면 北과 나눌 것"
"우선순위 틀려","우리 백신도 없다" 일부 비판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정부에서 또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대북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를 두고 여론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22일 통일부 온라인 토크콘서트에서 20~30대 청년들과 만나 백신과 치료제가 더 많이 개발·보급되면 이를 북한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이 장관은 "언젠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더 많이 개발되고 보급된다면 (북한과) 서로 나누고 협력해 한반도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종식시키는 노력을 함께 했으면 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에 전례 없는 위기와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8000만 겨레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서 남북이 머리를 맞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의 토크콘서트 다음날인 23일 한 북한 대외선전매체에서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위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매체는 "남한에서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의 3차 대유행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불안과 우려,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며 "방역 대책이 경제 활성화라는 구호에 밀려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장관은 대북 백신 지원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 장관은 지난달 18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도 "만약 우리가 치료제와 백신을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코로나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로부터 좀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가 많아서 나누는 것보다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0일 충북 제천 엔지켐생명과학 중앙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후 이 장관의 대북 백신 지원 의사는 정치권 등 여론에서 일명 '퍼주기'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달 20일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 백신 확보도 안 된 상황에서 부족하지만, 북과 나누자는 발상은 국무위원이 아니라 선행하는 시민단체 대표거나 희생과 사랑의 성직자 입장에 가깝다"며 "무리하면서까지 북에 사랑을 베풀려면 장관 그만두고 하시라"고 비판했다. 또한 같은 당 장진영 동작갑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에 "통일부 장관이니 자나 깨나 북한 생각을 한다 치자. 우리 국민 생각은 누가 하냐는 말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장관 인터뷰가 공개된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에도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없어도 살 수 있는 물자 때문에 국경 밖을 넘보다가 자식들을 죽이겠느냐"며 코로나19 방역 관련 외부 협력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네티즌 등 여론에서는 '떡을 만들지도 않았는데 돌릴 생각부터 하네','아직 나눠줄 백신도 없는데'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A 씨(29)는 "나누고 싶은 뜻은 알겠지만 당장 우리나라 백신 물량 확보도 안 된 상황인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 같다"며 "아무리 통일부라고 해도 당장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이 전부 멈춘 심각한 상황에 북에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북한 백신 지원 문제에 지난 8일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은 물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보건 협력 연장선상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정부 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 당국과 구체적인 협의 절차는 아직 진행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문제는 국경이 없는 문제인 만큼 남북 간 공동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다양한 방안을 협의·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말하는 등 백신 지원 문제와 관련해 추후 협의와 검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장관은 코로나19 대북 지원과 관련해 지난달 18일 KBS 인터뷰에서 "백신은 우선 우리 쓸 것을 확보하는 것이 더 급하지만, 치료제와 진단키트는 여력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한 북한 입장에 대해서는 "지금 직접적인 반응은 없다"며 "내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에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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