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안철수, '서울시장' 박원순에 승리한 두 곳..압구정동·대치1동

류정민 2020. 12. 26.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2018년 서울시장 3위, 강남 일부 지역은 선전..2021년 재도전 핵심 변수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 -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마를 선택했다면 ‘사실상 당선’에 이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도 있었고,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저조한 성적표를 거둔 경우도 있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정치인 안철수 주가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장에게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을 때만 해도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는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정치인은 과감히 도전해야 할 때가 있고 한 발 물러서야 할 때가 있다. 때를 잘 맞추는 것도 정치 기술이다.

2018년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치인 안철수는 출마를 선택했다. 그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섰고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3자 대결’을 펼쳤다.

현역 프리미엄을 지닌 박원순 후보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김문수 후보와의 대결은 정치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정당 조직의 세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는 지방선거 특성상 바른미래당이라는 간판은 불리한 점이 있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개인 역량’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박원순 후보는 261만9497표(52.79%)를 얻으면서 여유 있게 당선됐다. 서울 25개 구 모두에서 승리를 거둘 정도의 사실상 압승이었다.

2018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위는 115만8487표(23.34%)를 얻은 김문수 후보가 차지했다. 안철수 후보는 97만374표(19.55%)를 얻으며 3위에 그쳤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 25개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2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서초구(22.43%), 강남구(22.34%), 노원구(22.24%) 등은 서울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반면 중랑구(17.16%), 강서구(18.00%)는 평균 득표율보다 더 낮았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 25개구 중 어느 한 곳에서도 박원순 후보를 앞서지 못했다. 하지만 개별 동(洞)을 기준으로 하면 의외의 결과를 기록한 곳도 있다. 서울시장을 선택함에 있어 박원순 후보가 아닌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곳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곳은 모두 강남구에 속해 있었다. 압구정동과 대치1동이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동네이다. 강남구에서도 한강변을 끼고 있는 압구정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이며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지역이다.

압구정동에서 박원순 후보는 2533표를 얻었는데 안철수 후보는 2941표를 얻었다. 표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안철수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압구정동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은 김문수 후보로 6328표를 얻었다.

대치1동도 박원순 후보가 3위를 차지한 지역이다. 대치1동은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사이의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이곳도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지역이다. 안철수 후보는 대치1동에서 3196표를 얻어 3111표를 얻은 박원순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대치1동 역시 김문수 후보가 4327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후보가 압구정동과 대치1동 투표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선거의 ‘성공 시나리오’, ‘실패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다. 2018년 6월 서울시장 선거는 판세나 여론조사 흐름, 실제 투표 결과 모두 박원순 후보가 일방적으로 앞서는 승부였다. 정치 전문가 대다수가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그럼에도 압구정동과 대치1동 등 일부 지역은 안철수 후보가 박원순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야권 입장에서 내년 서울시장 선거 역시 쉬운 승부는 아니지만 민심의 흐름상 2018년 지방선거 때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3자 대결이 펼쳐진다면 어떻게 될까. 일부 지역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앞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런 지역은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 후보vs야권 단일후보’ 대결 구도가 펼쳐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의 개표 결과 중 강남구 사례를 분석해보면 박원순 후보는 10만7743표를 얻었다. 김문수 후보는 8만7305표, 안철수 후보는 5만8987표를 얻었다. 당시 강남구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가 얻은 표를 합하면 민주당 후보가 얻은 표보다 3만8549표가 많다. 득표율로 비교하면 ‘안철수+김문수’ 후보 55%, 박원순 후보 41% 수준이다.

강남구는 보수정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이다. 서울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야권의 승리 모델과는 관련이 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상당히 앞서고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박빙 상황을 연출한다면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3구에서도 여당 후보에게 뒤지거나 표 차이를 벌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역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분석해볼 때 야권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후보 단일화는 야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양쪽 진영의 후보 단일화는 물론이고 '화학적 결합'을 통한 정치 시너지 효과, 강남3구의 선전 등이 맞물리면 2018년 지방선거 때와는 다른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