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도 싸다" vs "징징대지 마"..음식점을 보는 '두가지 시선'

2020. 12. 26.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후 음식점 사장들, 어려움 호소 글 잇달아
문재인 정부 비판하는 측 '조롱'
文정권 옹호 측 "그만 징징대라"
지난 22일 저녁 서울의 대표적 유흥가 중 한 곳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 골목의 모습. 저녁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등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지헌 기자/ra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훠훠훠(허허허). 어떻숩니꽈(어떻습니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롸(나라). 빨간뫗(빨간맛). 문○○○ 오늘도 신나게 코로나와 같이 달려괍니돠(달려갑니다). 훠훠훠. 고뫕다(고맙다). 얘두롸(얘들아).”(최근 기사에 달린, 추천 수가 가장 많았던 댓글)

“그만 좀 징징대시길. 지금 안 힘든 사람들 있나요? 나름 다 참고 견디고 있는데 기사로 징징대지 마시길. 의도를 알아서 징징대는 걸로 밖에 안 느껴짐.”(한 독자가 해당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보낸 메일 내용)

위 댓글과 메일 내용은 지난 23일 기자가 쓴 음식점 관련 기사에 대한 독자분들의 반응입니다. 우선 기사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테니 말씀드릴게요. 내용은 한 마디로 요약해서 이렇습니다. “환경미화원들마저 음식점 업주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한탄하고 있다.”

즉, 환경미화를 하시는 분들이 음식점 업주 분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요. 바로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양이 확확 줄어들고 있는 게 눈에 보여 알 수 있다는 설명이었죠.

최근 저는 서울 성동구 한양대 주변 한 먹자골목을 찾았는데요. 아무리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너무 없고 한적한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에는 손님이 있더라도, 한두 테이블 정도만이었죠. 예년이었으면 바글바글했을 대학가의 술집인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죠. 그러다 불쑥 제 앞에 몸통만 한 음식물쓰레기통을 밀면서 바삐 움직이던 환경미화원 분이 지나가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었죠. “코로나 때문에 고생이 많으실 텐데, 이곳에 계시면서 체감하는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그러자 환경미화원 분이 답했습니다. “작년과 비교할 때 음식물쓰레기가 상상도 못하게 줄었습니다. 쓰레기 양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보통 8~9t 규모 차량이 하루에 두 대는 있어야 한양대 인근 먹자골목 인근 음식물 쓰레기를 다 수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한 대만 갖고 나와도 다 채우지 못하고, 해봤자 6t가량이 채워질까 말까 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기였습니다.

혹여 한양대 인근만의 이야기기일까봐 싶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광진구 지하철 건대입구역 인근도 가서 알아보았습니다. 건대입구역은 그나마 한양대 주변보다는 사람이 좀 다니는 분위기였는데요. 그곳에서 1시간 정도 걸었을까요. 정말 우연치 않게 개인사업자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에게 물었습니다. “여기도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줄었나요?”

그런데 그분의 첫 대답은 너무나 강렬했습니다. “지금 여기 보이는 쓰레기 있죠? 일주일 만에 나온 거예요.”

지난 23일 헤럴드경제 온라인판에 게재된 기사. ‘대학가 음식점에도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네이버 홈페이지 캡처]

‘일주일’이란 단어가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그분은 계속 “음식물(쓰레기) 수거가 과거에는 하루 1t가량 됐는데 요즘은 정말 드문드문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수거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여기 음식점들 다 망할 것 같아요”라는 그분의 말씀은 감정 섞인 표현이기는 했지만, 너무나 확고한 어조로 목청 높여 하신 말씀이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 기사를 처음 쓸 때에는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든 것을 통해, 현장 음식점 업주 분들의 어려움이 전달되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런데 꽤 많은 분들은 제가 위에 적은 댓글과 같은 반응을 보이셨더군요. 쉽게 말해 한쪽에서는 “음식점 사장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소득 수준이 낮다. 당신들이 주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했을 것이다. 당신들이 뽑은 것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얘기 좀 그만해라. 다들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 문재인 정권에 흠집 내려는 의도로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의견을 내더라고요.

정권을 ‘비판’하느냐, ‘옹호’하느냐의 관점에 따라 반응이 나뉜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권을 비판하거나, 옹호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을 나름의 관점에서 그저 짚어 드리려고 한 것뿐이었습니다.

다만 순간 스쳐지나간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음식점 사장님들이 이런 반응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참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까?”

정권을 비판하는 쪽에서도, 옹호하는 쪽에서도 나름의 이유가 있고 합리적으로 함께 고민할 이야기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들 말씀하시듯 지금은 음식점뿐 아니라 많은 사업장에 계신 임직원 분들도 어렵죠. 연말인데 연말 같지 않은 분위기 속에 모임도 못 하고 있고요.

그러나 그럼에도 당장 생계가 막막한 분들 입장에서는, 정권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조롱당하거나 경시되는 것이 그냥 넘기기에는 씁쓸했습니다.

제 마음에 와닿는 반응은 아래 이야기기였습니다. 정파적인 내용을 생략한 해당 댓글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진짜 안쓰러움. 지금 폐업한 분들은 다시 시작하려해 도 이미 은행 대출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로 받으신 분들이 많아서 다시 재기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생략)…IMF처럼 다시 힘들지도 모른다.”

raw@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