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의 전복후계] 文정권의 사법 장악, 침묵은 공범이다

데스크 2020. 12. 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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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적반하장으로 사법부 흔들기
마음 드는 판결은 '사법 정의', 그 반대면 적폐로 몰아붙이는 '내로남불'
ⓒ연합뉴스

법치의 최후 보루인 법관이 법과 양심, 증거와 팩트에 따라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 정치적 유불리, 이념적 성향 여하를 떠나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당한 비판을 넘은 과도한 비난은 3권 분립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첨예할수록 사법부 독립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정경심 교수, 윤석열 검찰총장 재판부에 대한 정권의 공격은 금도를 넘고 있다.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례적인 한 마디(나머지 구십구 마디는 검찰 공격) 빼고는 온통 사법부에 대한 날선 공격과 성토 일색이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사법 적폐’, ‘판사 탄핵’ 운운하며 적반하장으로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사법부를 매도하기보다 과도한 ‘조국 감싸기’와 ‘윤석열 찍어내기’에 대한 잘못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겠는가.


먼저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것이 과연 대법관을 10명이나 임명하고, 그 중 김명수 대법원장, 김선수, 박정화,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 등 5명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 등 특정 성향의 인물들로 채운 현 정권의 집권당 대표가 할 말인가.


이후 정계 은퇴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나서 “검찰의 태도와 법원의 해석에서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를 함께 풍긴다. 민주주의가 너무 쉽게 약해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고 했다. 만약 담벼락에 “검새 판새 다 때려잡자” “법레기(법관+쓰레기)들 진짜 해보자는 거냐”고 욕부터 시작하면 과연 사법개혁이 되는가. 이야말로 사법부와 검찰을 ‘적폐 프레임’으로 엮어 ‘기득권 세력의 쿠데타’라는 공세를 펼치려는 의도가 아닌가.


급기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검찰과 법관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 윤 총장 탄핵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탄핵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할 수 있는데 ‘윤석열 찍어내기’ 직권남용을 주도한 문 대통령은 몰라도 피해자로 단순히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윤 총장에게 무슨 탄핵 사유가 있는가. 이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보다 더 황당한 주장 아닌가.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고 결국 일개 방송인 김어준까지 나서 “일개 판사가 윤 총장 임기를 보장했다. 검찰과 사법이 하나가 되어 법적 쿠데타를 만들어 낸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혈세로 운영되는 교통방송에 ‘쿠데타’의 개념도 모르는 어용 꼼수 방송인이 출연하여 교통과는 아무 상관없는 정치적 망언을 서슴지 않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물론 판결도 ‘법관’이라는 사람이 하는 이상 사실판단의 오류와 법률적용의 잘못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절대 진리가 아닌 이상 결코 비판의 성역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판결에 대해 비판은 최소한 증거와 팩트, 법과 원칙에 의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이어야 한다. 판결 자체가 아닌 판사 개인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과 탄핵 등의 압박을 하는 것은 법관의 신분을 보장한 헌법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입맛에 맞는 판결을 강요하는 범죄다.


또한 우리 헌법이 3심제를 두고 있는 이상 상소 절차에 의하지 않고 하급심 판결 자체에 과도한 비판을 가하는 것도 큰 문제다. 하급심 판결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상급심 판사들에 대한 무언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음에 드는 판결이 나오면 ‘사법 정의’이고, 그 반대면 적폐로 몰아붙이는 ‘내로남불’식 행태다. 누가 재판의 대상이 되던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비로소 민주와 법치를 말할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판사의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한다면 절차를 밟아 상소하십시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하려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 일갈이다. 이와 같이 어떤 상황에도 정의가 무엇인지 선언할 수 있는 법관의 용기와 사명감이야말로 지금껏 자유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버팀목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은 근거 없는 비난이나 공격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더 이상의 침묵은 사법권 독립 침해의 묵시적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나라의 기틀 중 기틀로 사법부가 흔들리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조미연, 임정엽, 홍순욱 판사 같은 소신과 원칙, 양심과 정의의 법관들이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를 더욱 철저히 수호해 주기를 기대한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일리안 데스크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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