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방 사람들은 감염돼서 죽어도 괜찮다는 말?"

김재산 2020. 12. 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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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 400여명 경북북부 제2교도소로 이송..직원과 주민들 반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용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500여명 가운데 중증 환자, 고령자, 기저질환자를 제외한 400여명이 28일 경북북부제2교도소로 이송될 예정이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400여명이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경북북부 제2교도소로 이송하는 것이 확정되자 교도소 직원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6일 경북북부 제2교도소와 경북도, 청송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용 중인 코로나19 확진자 500여명 가운데 중증 환자, 고령자, 기저질환자를 제외한 400여명을 오는 28일 이곳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즉 경북북부 제2교도소는 ‘경북북부교도소 생활치료센터’로 기능이 한시적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경북북부 제2교도소에 수용 중인 500여명의 모든 수감자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전국의 다른 교정 기관으로 이송된다.

경북북부 제2교도소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수용자들을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것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500여개의 독거시설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의 코로나 추가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판단이 이 같은 결정을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질병관리본부 대책회의에서 강원북부교도소, 영월교도소, 대구교도소 등과 신설, 이전 기관을 포함한 전국 모든 교정기관의 수용 능력과 시설 구조를 감안해 종합 검토한 결과, 시설 구조가 우수한 경북북부 제2교도소를 최적지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경북북부 제2교도소에서는 정부 부처 관계자와 대구지방교정청장, 각 기관 소장, 보안과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 회의가 열렸다.

동부구치소 확진자들의 대거 이송 소식이 사실이 알려지자 교도소 직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직원 A씨는 “확진자들이 수용되면 교도관들도 방호복을 착용하고 근무해야 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불안해 있다.

직원 B씨는 “당국에서 고민을 했겠지만 결국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감염돼서 죽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며 “소식을 전해 들은 가족들이 벌써부터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면 주민 이 모씨는 “서울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을 굳이 의료 시설도 마땅치 않은 시골로 수 백 명씩이나 보내는 것은 지역 주민들을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라며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청송군 진보면에 위치한 4개의 교정시설(경북부부 제1교도소, 경북북부 제2교도소, 경북북부 제3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1500여명 정도이며 이들은 인근 관사와 청송읍, 안동시, 경북도청 신도시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

교도소 측에서는 확진자들을 관리하게 될 직원들을 위해 인근 아파트 1개 동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직원들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자 교도소장은 25일 밤 ‘동료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전해 듣고 나서 우리 동료님들이 어떤 마음이 들지 소장으로서도 너무 나도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차마 받아들이기 힘들고 무거운 심정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동료님들의 울분과 원망은 모두 소장인 저에게 해주시기 바라고 저 스스로가 그 책임과 짐에서 비껴나지 않겠다”며 “교정본부에서도 향후 고충 전보 시 최우선 조치 외 다른 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마련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5일 0시 기준 동부구치소에서 297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총 51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 감염은 동부구치소의 수용 밀집도가 높아 발생한 것으로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다른 구치소들은 단층에 야외 운동장을 갖췄지만 12층 건물, 5개 동으로 이뤄진 동부구치소는 아파트 형태여서 활동 대부분이 실내에서 이뤄지는 등 구조적으로 밀집된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동부구치소 수용자를 외부의 별도 치료 시설로 옮기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법무부와 두 가지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새로 만들어지는 구치소에 보내는 방안과 비어 있는 생활치료센터로 입소시키는 방안”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구치소 내 집단 격리 상태가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키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서둘러 외부로 이송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를 원해서 걸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지금의 집단 격리 상태는 감염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만큼 별도 시설로 이송해 적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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