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30만 돌파.. 정경심 재판부는 검찰에 편파적이었을까

조성필 입력 2020. 12. 26. 14:00 수정 2020. 12. 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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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26일 3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재판부는 중립적이지 않았고 검찰에 편파적인 진행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유죄판결의 요지는 정경심 자녀의 모든 입시비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찰의 정황 증거와 진술조서에만 일방적으로 의지했을 뿐"이라며 "검찰에서 제출한 수사 서류만 가지고 판단을 한다면 법관의 양심을 버리는 행위이자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적었다. 청원인은 "정말 헌법에 있는 양심에 따라 판단한 것이 맞는지 재판부에 묻고 싶다"고 했다.

재판부가 작성한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청원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일부 담겨있다. 판결문은 별지를 제외하고 A4 용지 531쪽이다. 증거와 진술로 뒷받침되는 정제된 사실이 쓰여 있다.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검찰 제출 증거… 채택은 절반도 안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쟁점 별 판단에 앞서 증거 요지를 적시했다. 증거 목록만 11쪽에 달한다. 이 가운데 모든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된 입시비리 관련 혐의 증거는 7쪽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교수의 입시비리 관련 혐의에 대한 판단 근거로 채택된 증거는 모두 248개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공판 과정에서 정 교수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목록으로 900개 넘게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입시비리 혐의 관련 증거 목록은 절반 이상이 됐다고 한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 목록을 증거 인부 등 서증조사 과정을 거쳐 정 교수 측이 동의하는 증거는 채택하고, 부동의하는 증거에 대해선 증인신문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 중 200개가 증거로 채택됐고, 나머지는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의 각 법정진술(48개)로 채워졌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증거로 채택된 것이 248개다.

올해 1월 첫 공판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결심공판까지 모두 34차례 열린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은 40여명에 달한다. 재판부는 이들의 법정진술을 대부분 증거로 채택했다. 법정에서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다"는 대답만 반복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법정진술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증언을 거부한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에 대해서도 제외됐다. 검찰이 제출한 진술조서 가운데 증거로 채택한 것은 정 교수 측이 증거로 동의한 5개뿐이었다.

정 교수 측 부동의한 휴게실 PC… 이래서 적법한 증거

정 교수 측이 부동의한 증거 가운데 채택된 것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컴퓨터(PC)다. 해당 PC에서는 표창장 위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동양대 로고와 총장 직인 파일 등을 저장하고 가공한 초 단위 전산 기록 등이 발견됐다. 이 PC가 증거로 채택되면서 정 교수는 사문서위조 등 입시비리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 교수 측은 이 PC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10일 경북 영주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해당 PC를 확보했는데, 정 교수 측은 "공소제기(2019년 9월6일) 이후 압수수색은 위법"이라고 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이 아닌 정식 임의제출 절차를 밟았다"고 반박했으나, 정 교수 측은 "PC를 건넨 조교 김모씨는 형소법이 규정하는 소유자, 보관자에 해당하지 않아 임의제출할 권한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 교수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강사휴게실 PC를 확보한 행위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임의수사에 해당해 적법하다"고 했다. 또 조교 김씨에 대해 "강사휴게실 PC의 보관자로서 강사휴게실 PC를 적법하게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PC에서 정보추출을 완료한 뒤 김씨에게 전자정보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점은 형소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절차 하자만은 이유로 PC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통한 형사 사법 정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PC에서 추출된 정보의 증거능력 또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혐의 일부만 인정했어도… 반성 없는 태도에 실형

판사 : 피고인, 반성 많이 했어요?

피고인 :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판사 : 아니, 반성을 하셨냐고?

피고인 : 아, 본의 아닌 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분께 유감을 표합니다.

판사 : 내 말은 반성을 했느냐, 즉 잘못을 했느냐 그걸 물어보는 거예요.

피고인 : 불미스러운 사고로 심려를 끼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중략)

판사 : 반성 안 하네, 선고합니다. 피고인을 징역 7년에 처한다.

위 대사는 2018년 방영된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나오는 한 선고 장면을 옮겨 적은 것이다. 극중 피고인은 재벌3세(윤나무 분)였다. 판사(윤시윤 분)는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끝까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대법원 양형기준 권고 형량을 넘어선 징역 7년을 선고한다.

형사 사건에서 '진지한 반성'은 감경 요소로 작용한다. 피고인이 반성하는지, 반성한다면 얼마나 하는 지가 형량을 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 양형 기준이 그렇다. '반성의 정도'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은 반성이 재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 같지 않으니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피고인들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정 교수 측은 공판 과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조국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할 무렵부터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법정구속으로 귀결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에 관해 진술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 또는 개인 이익을 위해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법정에서 증언한 사람을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질타했다. 또 "피고인이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증언에도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설득력 없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계속하는 태도는 방어권 행사의 측면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지난 23일 정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 교수 측은 선고 당일 항소했다. 곧 시작될 항소심에서 정 교수 측이 어떤 재판 전략을 들고 나올 진 미지수다. 다만 1심에서 혐의를 부인하다가 항소심 들어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감형 받는 피고인들이 다수다. 정 교수 측이 해당 전략을 들고 나올 지, 아니면 끝까지 무죄를 다툴 지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 공개된다. 항소심 공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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