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 선언으로 '출렁'거린 서울시장 선거 구도

정용인 기자 2020. 12. 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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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바전 끝내고 잇단 출마 선언 나선 여·야 후보들

[경향신문]

“서울시장 선거가 흥미진진한 게임이 되었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은 출렁이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의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두고 한 말이다.

“약속드립니다. 내년 4월 보궐선거,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습니다.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넘어 시민과 국민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습니다. (…)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2020년 12월 20일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공식 출마 선언이다.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는 의미부여다.

자신이 나와 승리하겠지만 자신만의 승리가 아니라 야권 단일후보로 내년 재보궐에 뛰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선언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출마 선언 안철수 지지율 1위는 ‘착시’

유 평론가가 말하는 출렁이는 결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쿠키뉴스와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2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범야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17.4%를 차지하며 단숨에 1위로 떠올랐다. 같은 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은 16.3%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에서 2위를 차지했다(95% 신뢰수준에 ±3.5%, 자세한 내용은 쿠키뉴스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각에서는 이 조사에서 여권후보 적합도 1위를 차지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16.3%)을 안철수가 제쳤다며 서울시장 후보적합도에서 안철수가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여권과 범야권을 나눠 조사한 것이다.

실제 “안철수가 야권후보로 적합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엔 조사한 전체 800명 중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297명의 12.4%, 정의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41명의 28.5%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드러낸 의사는 “(자기가 지지하는) 여권의 경쟁상대로 안철수 후보가 올라오는 것이 좋다”이지 “안철수를 지지한다”가 아니다. 유창선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당분간 지지율 추이가 드러나야 한다. 지금 상태의 여론조사는 인지도 조사다. 야권후보 적합도에서 나경원이 선두로 나오느냐, 안철수가 2등으로 나오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스타트는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이 끊었다. 2020년 11월 11일 출마 선언을 했다.

6~7일 간격으로 출마 선언이 잇달았다. 이혜훈(11월 19일), 김선동(11월 25일), 조은희(12월 1일), 우상호(12월 13일) 안철수 (12월 20일). 지금까지 대부분의 출마 선언은 주말을 끼고 이뤄졌다. 주초 언론보도를 통한 여론전을 노린 것이다.

초반 선언은 아무래도 인지도에서 열세인 후보들의 선택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출마예상자들의 선택은?

앞서 패턴이 이어진다면 늦어도 1월 하순께 주말에 후보자들의 ‘결심’을 접하게 될 것이다.

기자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다룬 이전 기사에서 이번 선거는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열린 2011년 보궐선거의 ‘거울쌍’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여권과 야권이 바뀐 현재, 야권의 선택은 당시와 비슷하게 선출된 정당후보와 외곽의 시민후보 사이의 경선을 통한 야권단일화로 맞서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면 현재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자체적인 후보를 뽑은 뒤, 다시 그 후보와 외곽의 후보들이 시민경선을 벌여 단일화하는 흥행몰이를 하게 된다. 여기서 선출된 범야권후보가 여권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게 되는 길이다. (‘“여성 아니면 86세대?” 서울시장 보궐 전초전 시작됐다’ 기사 참조)

현재까지 여권에서 유일하게 출마 선언을 한 우상호 의원은 ‘정치를 20년간 하면서 여러 단일화 협상에 임해봤던 자신의 경험’을 들면서 “6개월 전부터 준비했으면 몰라도 사실상 출마까지 남은 시간이 2~3개월에 불과한 지금 시점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의 환골탈태를 꿈꾸는 사람이지 저런 정치게임을 하러 들어간 분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저런 정치게임을 싫어한다. 저런 정치게임이 정당정치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저런 정략게임을 한다면 다음 대선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서울시장 재보궐은 참신한 사람으로 치러야 한다는 지론이다. 안철수가 뛰어든 것? 김 위원장은 교란 행위라고 생각할 것 같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야권의 유력주자로는 나경원 전 의원이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출간한 당대표 시절 회고록 <나경원의 증언>을 출마 의사의 표징으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이 확실시되는 인사는 더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이다.

12월 2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금 전 의원은 “결심은 확실히 섰다. 착실하게 준비해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다른 경쟁자들의 패턴을 따른다면 조만간 주말을 끼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결국 박영선 대 야권 단일후보 싸움?

유 평론가는 “안철수와 금태섭 경쟁에서 누가 대표성을 갖게 될까도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결별한 상태인데 컬러는 많이 겹친다. 안철수는 이미 기성정치인의 일원이 된 반면 금태섭은 무소속으로 출마 선언을 안 했는데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어느 정도 나오는 상태다. 두 사람이 경쟁하는 가운데 그쪽의 대표성을 누가 가져 갈지도 봐야 한다.”

홀로 무소속 후보로 나오면 쉽지 않겠지만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금 전 의원이 의외의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자가 접촉한 정치권 인사들은 안철수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단일후보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국민의힘 입당이 아닌 제3지대론이 이기려면 국민의힘의 ‘백기투항’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면 바로 반박이 나올 수 있다. 안철수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김문수도 못 이겨 3위를 기록한 후보다. 자신이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는 전제로 룰협상에 매달리면 패착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에 와서 중도플랫폼은 의미가 없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후보들도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려면 당내에 들어와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은 어떨까.

“여론조사는 믿지 않는다. 물론 항상 선거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중도층이다. 그럼에도 10년 전부터 서울은 민주당이 우세한 지형이다.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선거지형이다. 다만 한가지, 부동산문제로 발목 잡힐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빅데이터 선거분석서 <이기는 선거>를 펴낸 최광웅 데이터정경연구원 대표의 말이다. 그는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박영선 장관이 출마해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며, 야권 단일후보가 안철수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으로선 ‘쉽지 않은 선거’가 되겠지만 나경원 전 의원이 된다면 민주당이 무난히 이기는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은 본선에서 확장성이다. 안철수가 올라간다면 국민의당을 포함해서 제3지대 중도사람들이 찍어주겠지만, 나경원이 단일후보가 된다면 그 사람들이 굳이 국민의힘을 뽑아줄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 이번 선거 승자는 차차기 대선 유력주자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안철수의 출마 선언으로 야권에서 확장성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박 연구위원의 말이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적합도에서 안철수가 깜짝 1위를 했다는 것보다는 야당 쪽으로 확장성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추세가 중요하다. 현재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 중 확장성을 가진 사람은 누구도 없다. 여기에 검사 출신인 금태섭도 붙으면 확실히 2011년 때와 여야가 뒤바뀐 상황으로 가는 것이 맞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을 역임한 신철우 시사평론가는 기존에 거론되고 있는 여권후보 박영선·우상호·박주민 이외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깜짝 등판’ 가능성도 전망한다.

“만약 추 장관이 사임 후 출마를 고려한다면 박영선 장관은 고민에 들어갈 것 같다. 여성장관 출신인데다가 두 사람의 캐릭터가 겹친다. 추미애와 안철수가 나온다면 여야의 지형에 변화가 생기고 종전에 거론되었던 유력주자들이 잊히게 될 것이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차차기 대선, 그러니까 2027년 대선 출마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재보궐 당선자의 임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하지만 2022년에 대선에 이어 연달아 치러지는 지방선거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면 사실상 임기 5년짜리 지자체장이라는 것이다.

재선 임기를 마친 1년 뒤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대선 출마를 위한 3선 불출마 선언은 명분이 있다.

이후 대선까지 1년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선거운동도 할 수 있다.

“이번 재보궐로 뽑히게 되는 부산시장이나 서울시장이 갖는 무게는 과거와 다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중도사퇴는 절대 안 할 것이다. 왜? 이번 보궐선거에서 이기는 것 자체가 서울시장을 두 번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선한 4년 뒤 나갈 명분은 확실히 생긴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1년 뒤 대선보다 다음 대선의 전초전 역할을 할 것이다. 절대 출마를 하지 않겠다던 안철수가 서울시장으로 돌아선 것도 그런 전망을 한 게 아닐까.” 과연 그럴까.

물론 지금까지 거론한 여야 인사들만 이번 선거에 나선 것은 아니다.

출마 여부를 확인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예비후보자 명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2020년 12월 25일 현재 서울시장 보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는 위에 거론한 인사 중에는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유일하다. 국민의힘에서는 또 강성현(전통시장 상인)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국가혁명당 허경영, 민생당 정동희 등 현재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는 총 5명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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