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성과급 불만으로 드러난 삼성디스플레이 'LCD 딜레마'

박진우 기자 2020. 12.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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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철수 선언’ 삼성디스플레이, 가격 상승에 당분간 유지 가닥
성과급 ‘삭풍’에 "삼성전자에 LCD 납품할수록 손해" 직원 불만 폭발
매출 80% 중소형 OLED도 딜레마…"삼성전자에 납품할수록 적자"

LCD 사업 철수를 선언했지만, 시장 호황으로 생산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내부 불만이 터져나옵니다.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느라 적자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유지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더욱이 성과급도 삼성전자 대비 낮은 수준에 책정돼 직원들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연봉의 40%쯤을 성과급으로 받는 삼성전자에 비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성과급은 연봉의 10%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삼성디스플레이 LCD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TV용 LCD 패널가격은 시장 장악을 위한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올해 초까지 일방적인 하락세였습니다. 이 시장 수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우리 기업은 올해까지만 이 사업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LCD 공장을 중국 업체 측에 매각했고,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시 TV용 LCD 생산라인을 수익이 나쁘지 않은 IT용(PC용 모니터 등)으로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LCD 패널의 출하량도 조절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으로 패널 수요가 증가하면서 LCD 패널 가격 역시 연초에 비해 크게 뛰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32인치 LCD 패널 가격은 기존에 비해 82% 상승했습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1분기 115달러였던 55인치 LCD 패널 가격이 4분기에는 178달러로 5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전 세계 LCD 패널의 약 20%를 공급하는 대만에서 일어난 잇따른 정전과 지진은 추가적인 가격 상승 요인이 됐습니다. 일본 대형 LCD 유리기판 제조사인 NEG도 정전 사고를 겪으면서 공급에 악영향이 가중됐습니다. 이 때문에 LCD 패널은 내년 1분기까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패널 수요와 가격 모두 상승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TV용 LCD 패널 사업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TCL 자회사 CSOT이 인수한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으로 사용하는 중소형 OLED가 캐시카우입니다. 매출의 80%를 책임지고 있어서죠. 반면 LCD는 패널 가격 상승에도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LCD 패널의 대부분을 소화하는 삼성전자가 패널 공급가격을 시장 가격보다 낮춰서 납품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퇴출하기로 한 LCD 사업을 연장하겠다는 회사 방침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거리입니다. 더욱이 수익 저하로 시장 호황에도 성과급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은 회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합니다. 한 직원은 최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회사에서 PS(초과이익성과급)로 연봉의 50%를 받으려면 6조원을 벌어오라는데, (영업이익) 6조원은 국내에서 삼성전자 다음 2위 회사"라며 "6조원이라는 돈은 현재 모든 디스플레이의 업체의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나올까 말까하고, 이 회사 매출이 30조원인데 6조원을 벌려면 이익률이 20%는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2 5G.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전량 공급한다. /삼성전자 제공

이어 이 직원은 "(삼성전자) VD는 중국이 패널가 올린다고 우리 회사(삼성디스플레이)에 적자를 보더라도 싸게 달라고 한다"며 "경영진은 적자를 보면서 VD 때문에 1년을 더 연장해 생산한다는데, 20% 이익이 나올 수 있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직원은 "(삼성전자) 무선(IM사업부)은 폴더블, 플렉서블을 딴데서 사올 곳도 없는데, 적자 보면서 팔아 달라고 한다"며 "여기(삼성디스플레이)가 이익을 보는 곳은 애플 아이폰 밖에 없어 (삼성)전자에서 까먹은 것을 애플로 메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은 분사한 2012년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초과이익성과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연봉의 8~12%가 예상됩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 삼성전자 VD 사업부(TV 담당) 직원들은 호실적을 거둔 덕분에 크리스마스 연휴 전날 기본급의 100%를 하반기 목표달성성과급으로 받았습니다. 내년 1월 말에는 초과이익성과급으로 연봉의 37~43%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3200억원, 4700억원이었습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8.9% 늘어났으나, 전년과 비교해서는 21% 감소했습니다. 또 전 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56.7&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58.8% 줄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이 지적하는 LCD 패널의 난맥상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사업은 OLED 출하량은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LCD 적자폭은 축소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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