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는 왜 기피대상이 됐나..'내로남불'도 한몫

신하영 2020. 12. 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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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되면서 서울교육청은 11번째 고배를 마시게 됐다.

2018년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신설학교 3곳이 주민 반발로 혁신학교로 지정되지 못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강동구 강동고 역시 학부모 반발로 혁신학교로 지정하지 못했다.

이번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한 학부모들은 '내로남불 졸속행정' 등의 혁수막을 내걸고 지정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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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경원고까지 11번째 혁신학교 지정 무산
"조희연교육감 자녀 외고 출신..내로남불 행정" 반발
교육당국 공직자 자녀 중 혁신학교 출신 찾기 힘들어
"자녀 명문고 보내 성적 높이고 남은 실험대상 삼아"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의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되면서 서울교육청은 11번째 고배를 마시게 됐다. 2018년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신설학교 3곳이 주민 반발로 혁신학교로 지정되지 못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강동구 강동고 역시 학부모 반발로 혁신학교로 지정하지 못했다.

마곡2중 예비혁신 반대 추진위원회와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마곡중 혁신학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혁신학교 기초학력 미달 비율 평균의 2배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녀 학업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교육부의 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평가를 받은 학생 비율은 11.9%로 전체 고교 평균인 4.5%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이 경기도교육감으로 재직할 때인 2009년 도입했다. 입시위주 교육을 탈피하고 전인 교육과 창의적 학습을 표방한 게 특징이다.

혁신학교가 처음부터 기피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입 초기에는 토론식 수업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첫해 경기도에 혁신학교 13개교가 도입된 뒤 올해까지 전국에 1721곳으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9월 기준 전체 초중고 1만1710개교 중 혁신학교 비율은 14.7%나 된다. 전국 외고·국제고가 37곳으로 전체 고교(2367개교)의 1.56%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증가세가 혁신학교만의 특징과 차별성을 없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혁신학교는 현 정부 고위층들이 선호하는 학교와도 거리가 멀다. 전희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정부 고위 인사 자녀들의 출신학교를 전수 조사한 결과 18개 정부부처 장관 가운데 12명(66%)의 자녀가 유학이나 자율혈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강남8학군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공무원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2018년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교육부 직원 자녀 고등학교 재학 현황에 따르면 64명의 고등학생 중 혁신학교 재학은 1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 예정인 자사고 재학생이 6명으로 혁신학교보다 6배 많았다.

혁신학교 지정하는 교육 공무원들도 안 보내

더욱 심각한 점은 혁신학교를 지정하는 교육청 공무원들조차 자녀를 혁신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2018년 서울·경기·인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공무원 자녀 재학·졸업현황’을 보면 4급 이상 공무원 자녀 중 혁신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생은 서울·경기·인천교육청에서 32명 중 2명에 그쳤다. 심지어 혁신학교를 최초로 도입한 경기교육청에서도 혁신학교 출신 자녀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이번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한 학부모들은 ‘내로남불 졸속행정’ 등의 혁수막을 내걸고 지정 철회를 촉구했다. 정작 교육당국 공무원들은 자녀를 혁신학교에 보내지 않으면서 왜 우리에겐 혁신학교를 강요하느냐는 주장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두 자녀는 모두 외고를 나왔으며, 혁신학교 도입 당사자인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도 자녀 3명을 강남 소재 초중고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입시전문가들은 혁신학교 기피현상에 이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육감이나 고위공직자들은 자사고·외고·명문고 등에 자녀를 보내 성적을 올려놓고 다른 사람의 자녀는 교육정책에 대한 실험대상으로 삼고 있어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최근의 혁신학교 기피 현상은 이에 대한 반감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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