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D-100일]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부동산 심판론'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김원철 2020. 12.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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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7 보궐선거]③ 부동산 표심

내년 4월7일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12월28일로 꼭 100일을 남겨두게 됐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11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는 2022년 대선까지 민심의 큰 흐름을 살필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광역단체장 보궐선거인 만큼, ‘심판론’ 바람의 방향과 강도에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

보수 야권은 앞서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집권세력의 도덕적 이중성과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책 실패를 부각하며 문재인 정부 심판을 호소했지만, 팬데믹 시기의 민심은 ‘방역을 위한 정부 힘 실어주기’로 기울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이번 보궐선거가 여당 소속인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폭력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치솟는 전세금과 아파트값도 여권에겐 악재다. 야당은 코로나19 백신 확보 지연 이슈를 고리로 정부 여당이 치적으로 홍보하던 ‘케이(K)-방역’의 취약성을 공격하고 있다. <한겨레>는 4월 보궐선거를 ‘코로나19 확산’ ‘젠더 선거’ ‘부동산 정책’이란 세가지 이슈로 조망해 본다.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과 투자가 서울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2020년 4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현장. 김혜윤 기자

취임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은 건 네번 뿐이다(한국갤럽 기준). ‘조국사태’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던 2019년 10월 3주차 때가 처음이었다. 나머지 세 차례는 모두 올해였다. 8월 2주 39%, 12월 1주 39%, 2주 38%다. 세차례 모두 부정평가의 첫번째 원인은 ‘부동산 정책’이었다.

내년 4월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선거 결과로 고스란히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문 대통령 지지율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평가와 연동되어 있다. ‘부동산 정책 평가=대통령 지지율=선거 승패’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자료: 한국갤럽

■ 차가운 부동산 민심…여권 기조 변화

‘부동산 민심’은 차갑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5~6일 서울 유권자 805명을 상대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잘못하고 있다’(잘못하는 편 15.9%·매우 잘못함 53.9%)는 답변이 69.8%에 달했다. ‘잘하고 있다’(매우 잘함 9.1%·잘하는 편 13.3%)는 22.4%에 불과했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 중도층과 무당층의 답변은 더욱 부정적이다. 중도층의 78.9%, 무당층의 86.6%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모든 연령대에서 ‘잘못하고 있다’가 절반을 넘겼다.

낙제점을 받았으니 분발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미세조정을 예고했다. 김민석 민주당 더K서울선거기획단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부동산 정책은)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향보다는 서울에 추가적으로 맞춤형 공급방안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정형 맞춤공급은 새로운 대책도 있고, 박원순 전 시장이 시정단계에서 검토했던 내용들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주로 추진해왔던 도시재생·임대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재개발 등을 추진할 수 있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기존 서울시의 부동산 도시개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고 또 현실과 감안해서 보완해야 하는 대목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공급’을 내세웠다. 그는 강변북로와 철도부지를 덮어 공공부지를 확보해 공공주택 16만호를 짓는다고 밝혔다.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방식도 공급 방안으로 제안했다. 우 의원은 지난 13일 출마 선언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도시들은 공공주택 비중이 25%에서 40%에 달하는데 비해 서울은 10%에도 못 미친다”며 “정부 발표와 별도로 서울 시내에 16만호 정도의 공공주택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방향 전환은 어려울 거라는 평가가 많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대통령이 변창흠 후보를 선택했다. 기존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통과를 비판하는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동산 심판론 앞세운 야권, 잘될까, 잘할 수 있을까

야권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히 민주당이 밀어붙인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내년 봄 이사철에 재연될 경우, 임차인들의 불만이 팽배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렇게만 되면, 심판론이 바람을 타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은 다양한 부동산 공급 정책을 공약하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은 한강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혼부부와 육아부부에게 특화된 지분적립형 주택단지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에 덮개 지붕을 설치해 녹지를 조성하고, 기존 아파트 부지는 신혼부부 및 육아부부 전용동을 초고층으로 건설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구역 해제지역 393곳에서 사업을 재추진해 향후 5년간 서울에서 주택 65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공약했다. 이종구 전 의원도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주택 120만 가구 공급을 공약했다.

그러나 이들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이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는 추가적인 집값 상승을 우려해 이같은 규제 완화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차기 서울시장의 남은 임기는 1년에 불과하다. 시장에 주택이 실제 공급될 때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주택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인 셈이다.

그동안 임대인 이익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던 국민의힘의 지지기반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화제가 된 윤희숙 의원은 얼마 전까지 2주택자였던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또 “집주인한테 전화 오는 날이면 밥이 안 넘어간다”고 말한 이혜훈 전 의원은 강남 서초구에 26억원짜리 전세에 사는 것으로 밝혀져 입길에 올랐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더라도, 중산층·서민의 믿음을 얻기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국민의힘은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할 때마다 ‘부자가 서민 걱정하냐’는 반발이 생길 수 있다.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다루는 건 적절치 않다”고 분석했다.

중도층까지 견인하기에는 ‘2%’ 부족한 이슈라는 평가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부동산 정책은 대표적으로 진영 간 이해관계가 극단화된 이슈이기 때문에 보수 야권이 아무리 현 정부를 비판해도 중산층·서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주택 실수요층이자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층인 30~40대의 국민의힘 비토 정서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340여 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2010 유권자 희망연대’ 출범식이 2010년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부패무능 지방자치 심판”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무상급식 실현, 4대강 사업 중단, 투표참여 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부동산을 둘러싼 여야의 공수 대결, 파괴력은 얼마나?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무상급식 이슈를 선점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 선거는 후보·구도보다 ‘무상 급식’이라는 이슈로 판가름이 났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특히 서울의 경우 부동산이 그 정도 역할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민주당 쪽에선 ‘폭발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은 “부동산 정책으로 세게 붙긴 하겠지만, 결국 투표일에 가면 ‘민주당이냐 아니냐’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며 “정책이슈가 선거판 전체를 좌지우지했던 건 무상급식이 화두였던 2010년 지방선거가 거의 유일했다”고 말했다. 박성민 대표도 “부동산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두고 대립각이 서는 이슈는 아니다. 투표의 첫번째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대선 1년전 선거라 정권 심판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냐, 아니냐’하는 정치선거로 갈 것이다. 그러나 그 구도가 민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부동산 문제가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에 마이너스 5~9% 포인트까지 영향을 준 적이 있다”며 “선거가 박빙으로 흘러간다면 부동산이 승패에 결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원철 노현웅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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