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술 취한 女승객이 택시 훔쳐갔다"..뜻밖의 반전

박슬용 기자 2020. 12.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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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부인한 택시기사 DNA..피해자 신체서 검출
검찰, 피해자 음주사고 기소유예, 택시 절도도 무혐의
지난 4월25일 B씨가 충남 논산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 인근에서 차선 변경을 하다 3.5톤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사진은 당시 사고현장.(독자제공) /뉴스1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술에 취한 승객이 내 택시 훔쳐갔다.”

지난 4월 25일 0시 무렵, 전북경찰청 112상황실에 ‘택시 절도’ 사건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택시기사 A씨(44)로,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승객이 차량을 훔쳐갔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 A씨의 택시를 추적했다. 확인 결과 도난당한 택시는 호남고속도로를 진입해 대전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다.

추격전은 해당 택시가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 인근에서 3.5톤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면서 끝이 났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택시 절도범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택시를 훔쳐 달아난 범인은 B씨(48·여)였으며, 당시 취한 상태였다.

경찰은 B씨를 상대로 택시 절도와 음주 사고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집에 도착한 B씨는 뒤늦게 자신이 속옷이 없어졌다는 알아차렸다. 술에 취한 상태였고 겉옷은 그대로였기에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또 택시에 머문 시간이 상당히 길었던 점도 이상했다.

여러 정황상 B씨는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곧장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씨를 불러 조사했다. 또 당시 A씨가 B씨를 태우고 이동한 경로를 추적, 택시가 정차한 곳들의 폐쇄회로(CC)TV로 분석했다.

택시기사가 술 취한 여성 노려 성폭행 시도/뉴스1 DB

경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건 전날(24일) 밤 9시20분께 B씨는 전주시내에서 A씨의 택시를 탄 것으로 드러났다.

술에 취한 상태였던 B씨는 택시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문제는 여기서에서 발생했다. 택시기사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잠들자 약 3시간 동안 전주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인후동의 한 도로에 주차했다. 주차된 택시에서 내린 A씨는 B씨가 있던 뒷자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성폭행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참 뒤 사납금을 납입하기 위해 팔복동 차고지로 이동했다.

택시 차고지에 도착한 뒤 뒤늦게 잠에서 깬 B씨는 집이 아닌 택시 안에 있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또 차 밖을 둘러본 결과 자신의 집과 멀리 떨어져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때 A씨는 택시에서 잠시 내린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위험에 빠져다는 느낌을 받고 일단 이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시동이 걸려있는 택시를 훔쳐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모은 증거를 토대로 A씨가 술에 취한 B씨를 성폭행하려 했다고 결론을 냈다. B씨가 택시를 훔쳤던 것은 이 같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인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A씨는 수사기관에서 성폭행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심지어 A씨는 “B씨가 택시를 훔쳐 가면서 나를 차로 들이받았다”며 허위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B씨의 몸에서 발견된 A씨의 DNA 등 증거 등을 확보해 택시기사 A씨에 대해서 준강간미수, 감금, 무고 등의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는 준강간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신상정보공개,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의 취업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마신 음주량과 음주측정 수치, 당시 피해자와 함께 술자리를 가진 지인들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인사불성 상태로, 심신상실로 보인다”면서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에서 피해자의 신체 일부와 청바지 안에서 피고인의 DNA가 확인됨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람들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택시에 탑승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는 점 등에 비춰 엄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과거 벌금 등 처벌 전력이 없는 점, 10년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B씨의 음주운전 사고 등의 혐의에 대해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시민위원회가 B씨에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참작할 만한 사안이 있다고 판단, 만장일치로 B씨의 기소유예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B씨의 택시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hada072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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