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 맞으면 해외 못간다? 美·EU '백신 여권' 개발 착수

정은혜 2020. 12. 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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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글로벌 기업 '백신 여권' 개발 착수
백신 접종 속도따라 국가별 '디바이드' 우려
"내년 도쿄올림픽서 차이 극명히 드러날 것"
27일(현지시간) 중동 키프러스 공화국의 크리스티나 야나키 보건부 장관이 화이자사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27개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돌입한 가운데,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을 개발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백신 여권'은 국경을 넘거나 대규모 국제 행사에 참여할 때 백신을 맞았다는 증빙 자료로 쓰인다.

문제는 백신 확보 규모나 접종 속도에서 국가마다 격차가 있어 자칫 '백신 디바이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신을 빨리 맞은 나라 국민엔 '프리 패스'가 주어지지만 백신 접종이 늦은 나라에는 교류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의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은 공공장소에 가거나 국경을 넘을 때 백신 접종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디지털 증명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의료 기관의 인증을 거쳐 '코먼패스' 앱에 코로나19 검사 백신 접종 기록을 올린 뒤 이를 증빙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이다.


미국·스위스 등 '디지털 백신 증명서' 개발 착수

브라질 상파울로의 과롤루스 공항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먼 트러스트 네트워크'라 불리는 이 개발 계획에 따르면 앱에는 보건당국에 제시할 수 있는 의료 증명서나 통행증이 QR코드 형태로 발급된다. 여행 일정을 입력하면 출발지와 도착지에 따라 필요한 증빙의 목록도 보여준다. 국경을 넘을 때뿐 아니라 영화관·콘서트장·경기장에 입장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백신 여권 개발에는 캐세이퍼시픽·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버진애틀랜틱·스위스항공·제트블루 등 주요 항공사와 수백개 의료법인이 참여하고 있다.

코먼스 프로젝트의 토머스 크램튼 홍보책임자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려면 황열병 백신 접종 증명서인 '옐로 페이퍼'를 내야 하듯, 백신 여권이 '디지털 옐로 페이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국적 기술(IT) 기업도 자체 앱을 개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IBM은 '디지털 헬스 패스'라는 앱을 개발해 발열 검사나 코로나19 검사, 백신 접종 기록 등을 설정할 수 있게 했다. 회의장, 콘서트장, 경기장 등 입장에 쓰일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미국 내 비영리기구인 '리눅스 파운데이션 공중보건'도 코먼패스, IBM 등과 함께 디지털 백신 증명서 표준 양식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코먼패스 외에 5개 대륙의 수십 개 관련 조직이 모인 '코로나19 증명서 계획'(Covid-19 Credentials Initiative)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리눅스 재단의 브라이언 벨렌도르프 전무이사는 이같은 표준화를 통해 "백신 증명서를 이메일, 웹처럼 다른 나라와 상호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늦는 나라엔 '교류 장벽' 우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사의 백신. [EPA=연합뉴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7일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한 인구는 42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한 미국과 영국 국민이다. 미국에선 접종자가 200만명을 넘어섰고 영국은 지난 24일까지 62만5000여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EU에서도 27일 대규모 접종이 시작된 만큼 백신을 맞는 사람은 내년 상반기까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백신 접종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서구권과 아랍 부유국 등은 빠르게 '집단 면역' 수준에 다가가고, 국민들 역시 '백신 여권'을 발급받아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백신 확보량이 부족하거나 도입 시기가 늦은 나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활동의 제약을 받는 '백신 디바이드(격차)'가 생길 수 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호주 콴타스의 경우 백신을 맞지 않은 여행객의 탑승을 금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일러도 내년 2~3월 접종이 시작되는 한국에도 백신 여권이 자칫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언젠가 우리도 백신을 맞겠지만 6개월이든 그 이상이든 격차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 "백신을 접종한 국가와 아프리카 등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 간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는 세계보건기구(WHO) 차원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 정부 발표대로면 (상반기 내)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을 확보한 건데, 2~3월에 들어와 7월까지 모두 접종을 마쳐도 접종자는 국민의 20% 수준"이라며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이 열릴 때쯤이면 집단 면역에 가까이 간 나라와 여전히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나라 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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