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쉽게 감염되는 '영국發 변이'..확산세에 기름 붓나

한국도 뚫린 '변이 바이러스' 어떻게 다른가
치명률 더 높아지지는 않아
기존 백신으로도 예방 가능
과도한 공포감 가질 필요 없어
이달 중순 입국한 80대 사망
가족 3명도 변이 감염 확인중

◆ 코로나 3차 대유행 ◆

지난 9월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에서 처음 출현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 정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변이 바이러스의 무서움은 전파력이다. 치명력에는 차이가 없지만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70%나 더 센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공포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감염병 전문가들 진단이다. 치명률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높다는 증거가 아직 없으며 기존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과 의미, 영향 등에 대해 질의응답(Q&A)형식으로 알아본다.

Q. 국내에 언제 유입됐나.

A. 지난 22일 입국한 영국 런던 거주 가족이 국내에서 확인된 첫 영국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다. 이들은 공항 검역 코로나19 진단검사 때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접촉은 없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8일과 이달 13일 영국에서 입국한 일가족 4명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아직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방역 당국이 이들의 검체를 수거해 유전체 분석을 하고 있다. 검사 중인 이들 가족 중 80대 남성 1명은 심정지로 사망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3명도 잇달아 양성으로 확인됐다.

Q. 영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인가, '변종'인가.

A. 변이와 변종은 다르다. 바이러스는 자연적으로 복제하면서 유전자서열이 조금씩 변하는데 이때 발생한 서열 변화를 변이라고 한다. 따라서 변이는 염기서열이나 아미노산 수준에서 차이가 나타날 뿐 그 특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변종은 바이러스 변이의 연속 발생에 따라 감염력, 병원성 등 바이러스 특성이 유의미하게 달라지고 바이러스가 변한 것을 의미한다. 현재 영국 사례는 변이 바이러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방역 당국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GR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GR그룹은 국내에 입국한 뒤 진행한 검사에서 집단감염이 확인된 러시아 선박 선원 등에게서 검출된 바 있다.

Q. 영국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치명률은.

A. 영국에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70%가량 높아 감염재생산지수를 최대 0.4포인트 높일 수 있다. 방역당국은 숙주세포 결합 부위에 변이가 있어 항체 반응이나 병원성 감염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덜 감염되는 양상을 보인 기존 바이러스와 달리 변이 바이러스는 어린이들도 쉽게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변이할수록 전파력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치명률이 더 높아지거나 낮아졌다는 보고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Q. 기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낼 수 있나.

A.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자사 백신이 영국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가 기존 바이러스와 같기 때문에 현재 개발된 백신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CNN과 인터뷰하면서 "변이는 항상 발생한다"며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이런 변이는) 바이러스 진화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백신 개발이 완료된 만큼 변이에 맞춰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Q. 기존 진단검사로 변이 알 수 있나.

A. 코로나19 진단검사로는 코로나 감염 여부만 판정할 수 있다. 어떤 변종·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인지는 바이러스의 모든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법으로 검사해야 한다.

Q. 세계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각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높은 전파력을 우려해 영국을 대상으로 항공편 입국 통제 등 국경 통제와 봉쇄를 실시하고 있다. 대만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자 영국 우편물 발송과 수취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BBC에 따르면 이달 들어 영국발 입국자를 규제하는 국가는 40여 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레바논·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 일본·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 국가, 호주와 캐나다 등 20개국을 넘어섰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김덕식 기자 / 정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