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증오·모멸에서 관용·대통합의 새 나라로

2020. 12. 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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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코로나19로 우울한데 더욱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용어들이다.

진영의 패싸움이 더욱 극심해지면서 관용과 소통은 사라지고 증오와 모멸이 난무하고 있다.

관용과 통합을 통해 더 큰 일, 즉 평화통일의 씨앗을 뿌려 존경받는 리더가 됐다.

대한민국이 증오·모멸의 시대를 넘어 데탕트·대통합의 시대로 가기 위해 3가지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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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


대깨문 vs 일베, 조국기 부대 vs 태극기 부대, 문빠 vs 박빠 등….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우울한데 더욱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용어들이다. 진영의 패싸움이 더욱 극심해지면서 관용과 소통은 사라지고 증오와 모멸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빠’ 정치로 역류하고 있다.

1960년대 독일 역시 극단의 시대로 유럽을 흔든 ‘68 학생운동’에다가 적군파 등의 과격한 테러까지 난무했다. 비전의 정치가인 빌리 브란트 총리가 새 시대, 새 정치를 열어가는 데 앞장섰다. 중도좌파 사민당(SPD) 총재인 그는 1966년 중도우파인 기민당과의 대연정을 성사시켜 부총리로 들어갔다. 젊은 시절 나치와 투쟁한 브란트가 나치 선전부에 부역한 경력이 있는 쿠르트 키징거 총리와 대연정을 하자 극단적인 사민당 당원들이 연정 반대 시위에 나섰다. 브란트는 “나와 키징거가 같은 정부에서 일하면 민족의 화합과 성장을 위한 좋은 본보기”라며 시위를 잠재웠다. 1969년 집권한 그는 국내 데탕트인 ‘더 많은 민주주의’로, 동서 데탕트인 ‘동방정책’으로 새 유럽 질서를 만들어갔다. 관용과 통합을 통해 더 큰 일, 즉 평화통일의 씨앗을 뿌려 존경받는 리더가 됐다.

대한민국이 증오·모멸의 시대를 넘어 데탕트·대통합의 시대로 가기 위해 3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하는 것이다. 브란트를 언급하면서 광주항쟁 묘역에 무릎을 꿇었고,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사죄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하면서 국민대통합위원장이 되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서도 좋다.

불법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 대해 후임자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닉슨이 재임 중 저지른 행위에 대해 사회적 화합 차원에서 사면한다”고 선언했다. 국격을 위해서였다. 우파 논객 조갑제는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자신이 만난 정치인 중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전략가”라고 칭찬했다. 그는 또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전두환 대통령이 DJ(김대중) 시대에 가장 편안했다”는 이순자 자서전을 인용하면서 DJ의 관용 정치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둘째로 현 정부에서 일어난 월성 원전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의 검찰 조사에 대해 결자해지 자세를 보일 때다. YS(김영삼), DJ는 임기 중에 자신의 아들들을 감옥으로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용기를 보일 때다.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이 “대통령을 위해 할 일을 찾겠다”고 했는데 그 일은 비서실장 때 발생한 문제에 대해 조사를 받고 마무리 짓는 용기일 수 있다.

셋째로 여야 영수회담이다. 이낙연 대표나 김종인 위원장이 제안하는 것이 좋다. 먼저 제안하는 사람이 ‘통 큰 리더’로 각인될 수 있는 기회다. 코로나19 극복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 양성평등, 초저출산 고령화, 주택 문제, 환경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 국민은 정치가 앞장서서 풀길 원하고 있다. 검찰에 정치를 맡기는 행태로는 발전이 없다. 세월호 조사 방해로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한 무죄 판결 등 여러 사건에서 보듯 검찰이 과도하게 적용하는 직권남용죄가 검찰총장에게 적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용이 선다는 격언이 있다. 검찰의 정치화, 사법의 정치화가 바람직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 리더의 최고 덕목으로 “역사를 진보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면서 “퇴보하는 방향으로 역류시켜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대한민국이 다시 전진할 것인가, 과거로 퇴행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새해에 새 시대, 새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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