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땐 먹혔는데 지금 안먹혀..거리두기 5단계 고장났다

백민정 2020. 12.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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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확인되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방호복을 입은 해외 입국객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리는 대신 2.5단계를 내년 1월 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24일부터 1월 3일까지 실시 중인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이유로 들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일주일 가량 상황을 지켜보고 (3단계 격상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수도권 2.5단계 상향 때도 단계를 곧바로 올리는 대신 추가 방역대책을 내놨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한 11월 말, 한 주 평균 확진자가 400명을 넘어 2.5단계(1주 평균 확진자 400~500명) 기준을 충족했지만 격상 대신 강화된 2단계를 선택했다. 이른바 ‘2단계+ α’ 대책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자 일주일 뒤인 12월 6일 2.5단계로 올렸다.

문제는 8일부터 시작된 2.5단계도 별다른 효과를 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계속 늘어 1000명대 초반까지 이르렀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왜 안 먹히는지 냉철하게 점검하고 보완할 시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2단계 상향’ 2주짼데 다시 600명대...거리두기 왜 효과 없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 2월 대구·경북의 1차 유행 때 처음 마련됐다. 당시 고강도 거리두기를 실시해 코로나 유행 억제에 성공했다. 확진자 규모가 두자릿수로 줄면서 5월 6일부터 완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 체계로 개편됐다. 그러다 8~9월 2차 유행을 거치며 기존 3단계를 5단계(1, 1.5, 2, 2.5, 3단계)로 세분화한 현행 거리두기 체계가 11월 7일부터 시작됐다.


"이전 유행 반영한 거리두기, 현재 유행선 안 먹혀"
하지만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 1차, 2차 유행을 거치며 특정 집단감염 발병 상황을 토대로 마련된 것”이라며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지역사회 유행 패턴이 됐다. 이전 유행 상황을 토대로 만든 거리두기 체계가 안 먹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현행 거리두기 체계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업장을 저위험~고위험 시설로 분류해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모이는 어느 곳에서나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의 거리두기 체계로는 현재 유행을 억제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일상생활 방역 수칙을 어떻게 할지 단계별로 정하는 게 필요하다. 특정 업종, 시설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생활이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모임 등에 적용할 수 있게 전반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탄절인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쇼핑몰이 쇼핑을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춰 거리두기를 포함한 방역 체계를 점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거리두기 관련 “정부가 애써 만든 기준을 지키지 않고, 추가 대책만 내놓는 것은 수세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꾸 임기응변식 정책만 내놓으니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업종 간 형평성도 맞지 않다”며 “지금같은 확진자 급증 상황에선 정부가 강한 시그널을 줘야 국민들도 거리두기에 동참하게 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풍선효과' 커져
김동현 한국역학회장(한림대 의대 교수)도 “정부가 위기상황이란 메시지를 임팩트있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병원, 요양시설 현장은 그야말로 전시 상황인데, 정부는 일주일 지켜보자며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 교수는 “스키장은 닫는데 쇼핑몰엔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거리두기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줄었다”며 “3단계로 가는게 부담스럽다면 2.5단계가 왜 먹히지 않고 있는지 집중분석해 거리두기를 개편하던지,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가 집중된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최대 1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차등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점 입간판들이 설치돼 있다. 뉴스1


다만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행 거리두기를 손질하기보다 한국이 잘하는 방역 장점을 살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기 교수는 “거리두기만으로 유행이 줄지 않는다. 검사를 선제적으로 해 양성률을 현재 2~3%에서 1%로 낮추는게 중요하다”며 “한국은 최대 하루 10만건까지 검사 여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3단계 가면 200만 여곳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하고 사회·경제적 피해만 커진다”며 “거리두기를 병행하며 선제적 검사,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보완 대책을 더해 유행 규모를 차츰 줄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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