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재판부 탄핵" 41만명 국민청원에 "재판 독립 위협" 우려

조윤영 입력 2020. 12. 29. 05:06 수정 2020. 12. 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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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8일 40만명을 돌파했다.

판결이 아닌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은 재판의 독립을 해칠 수 있고 사법개혁과 법관 탄핵의 취지까지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국민이 판결 결과에 다양한 견해를 드러낼 수는 있으나 판사 개인이나 재판부를 공격할 경우 판사를 위축시킬 수 있어 공정한 재판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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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그 이후]민감한 재판, 여론에 휘둘릴 위험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8일 40만명을 돌파했다. 판결이 아닌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은 재판의 독립을 해칠 수 있고 사법개혁과 법관 탄핵의 취지까지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이 정 교수를 법정구속한 이튿날인 지난 24일 청와대 누리집에 올라온 “정경심 1심 재판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이날 기준으로 41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3인의 법관이 양심에 따라 심판을 해야 하는 헌법 103조를 엄중하게 위배했다”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재판장인 임 부장판사의 과거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을 언급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판레기”(판사와 쓰레기의 합성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판사”라는 댓글도 달렸다. 시민단체인 개혁국민운동본부와 민생경제연구소 등은 이날 재판부를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 교수 사건 재판은 문재인 정부 지지자와 반대자 양쪽에서 비난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 사건의 전임 재판장이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시점과 장소·방법 등을 수정하겠다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불허하자,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라는 단체도 “무죄 결론을 내려놓고 재판하려 한다”며 재판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바 있다.

판결의 당부를 떠나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과 비난이 계속되면 정치적 갈등이 잠복된 사건의 판결은 여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진다. 공개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재판부의 숙의로 결정된 판결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양심에 따라 심판하지 않았다고 공격하는 것이 “오히려 법관의 독립뿐 아니라 양심까지 침해할 수 있다”(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것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국민이 판결 결과에 다양한 견해를 드러낼 수는 있으나 판사 개인이나 재판부를 공격할 경우 판사를 위축시킬 수 있어 공정한 재판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법원 판결에 대해선 국민 누구나 비판할 자유가 있으나 재판부에 대해 신상털기를 하거나 과도한 인신공격, 나아가 탄핵 청원까지 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정신에도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법농단 사태로 사법부가 불신을 자초한 탓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법관 탄핵론’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판사는 “사법개혁과 법관 탄핵론이 ‘정치적 수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에 대한 법관 탄핵의 필요성까지 흐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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