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하려면 이공계 지식 있어야".. 디지털 증거가 정경심 발목

조성필 2020. 12. 29. 11: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한 말이다.

검찰이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과정을 법정에서 시연하면서 '아크로뱃 프로 버전' 기능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 이같이 말한 것이다.

당시 임 부장판사의 말처럼, 정 교수 1심 판결문에는 이공계 지식이 축약됐다.

임 부장판사는 휴게실 PC를 포렌식한 결과 2011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정 교수와 그의 가족이 사용한 내역이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양대 강사휴게실PC서 사용내역 나와
"사용한 적 없다"는 변호인 주장 상반
비할당 영역서 '마비노기' 설치 파일도
法 "자택에 설치돼 사용한 사실 인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앞으로 판사하려면 이공계 지식이 있어야겠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1심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한 말이다. 검찰이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과정을 법정에서 시연하면서 '아크로뱃 프로 버전' 기능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 이같이 말한 것이다. 검찰 측이 겸연쩍이 "이공계 지식이 아니라…"며 말 끝을 흐리자, 임 부장판사는 "모든 사건들이 그렇다. 내용을 조서에 기재해 재판부에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임 부장판사의 말처럼, 정 교수 1심 판결문에는 이공계 지식이 축약됐다.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에 관한 판단에 있어 디지털 증거가 대거 채택되면서다. 해당 부분은 A용지 71쪽 분량에 달한다. 정 교수의 판결문이 별지를 제외하고 531쪽인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비중이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 향배를 가른 핵심 증거인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PC) 관련 판단 부분이 정점이었다. 변호인은 공판 과정에서 휴게실 PC에 대해 "강사들이 공용으로 사용했고 정 교수는 쓰지 않았다"고 했다. 또 "표창장 위조 시기인 2013년 6월엔 강사휴게실에 있었고, 정 교수 자택으로 옮겨진 것은 이듬해 4월"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해당 PC에서 추출된 디지털 정보를 근거로 이 같은 정 교수 측 주장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휴게실 PC를 포렌식한 결과 2011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정 교수와 그의 가족이 사용한 내역이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해당 PC에서는 정 교수의 딸인 조민씨가 당시 재학 중이던 한영외고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서울대 웹메일 계정에 접속해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 등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이력이 발견됐다. 또 장영표 단국대 교수 명의의 '인턴쉽 확인서(수정).docx' 파일을 열람한 이력과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A투자신탁 홈페이지 접속 이력 등이 확인됐다.

정 교수의 아들 조원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도 나왔다. 휴게실 PC의 'CUserslawDesktop정경심2014.4.11.백업2014.4.11바탕화면BACKUP조원' 폴더에는 게임 '마비노기' 설치 파일 등이 저장돼 있었다. 이 파일이 다운로드된 시점은 2014년 3월14일 오후 10시42분께였다. 또 PC의 내문서 폴더에는 하위폴더로 '마비노기' 폴더가 있었고 그 안에는 게임 실행파일을 포함해 44개 파일이 들어있었다. 게임 실행파일의 최종 수정일은 2014년 3월14일 오후 11시26분이었다.

임 부장판사는 이 같은 디지털 정보 등을 종합해 해당 PC가 동양대 강사휴게실이 아닌 정 교수 자택에 설치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파일들에 피고인과 가족에 관한 자료가 포함돼 있고, 자녀들이 사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파일들도 다수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2014년 4월 이전까지 해당 PC를 자택에서 계속해서 사용한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곧 시작될 정 교수 2심에서는 해당 PC에 대한 증거 채택 여부를 놓고 양 측의 공방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PC에는 사용내역 외에도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정황 증거가 디지털 정보로 담겨있다. 변호인은 "해당 PC가 공소제기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위법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1심은 그러나 "압수수색이 아닌 정식 임의제출 절차를 밟았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배척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