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염전 발레' 학대논란 "예술 아닌 폭력, 못보겠다"

홍주희 2020. 12. 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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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지난 24일 KBS가 국립발레단과 공동기획해 방송한 ‘우리, 다시 : 더 발레’가 시대에 뒤떨어진 폭력적인 기획이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KBS와 국립발레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대한민국에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며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프로그램 전반부에 등장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역시 “위기가 닥치며 일상이 무너지고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며 “제대로 보지 못하고 놓쳤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국립발레단은 세상 밖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국내 주요 명소 7곳에서 야외 공연을 펼쳤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백조의 호수’를, 전남 신안 태평염전에서 ‘빈사의 백조’를 공연했다. 또 경주 불국사에서는 ‘계절 ; 봄’을, 서울함 공원에서는 ‘해적’을, 홍천 은행나무숲에서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경남 하동공원에서는 ‘허난설헌’을, 문화역서울284에서는 ‘요동치다’ 공연을 각각 선보였다.

국립발레단은 이 기획을 예고하는 티저영상을 통해 “염전에서, 아스팔트에서, 토슈즈가 해지도록 뛰어오른 발레”라고 소개했다. 또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도전”이라며 “한계를 넘다”라는 의도도 전했다.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국립발레단과 KBS가 공동기획한 '우리, 다시 : 더 발레' 공연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지난달 국립발레단이 예고했을 때만 해도 공연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발레 팬들 사이에서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공연 장면이 공개된 뒤 역풍이 불었다. 한겨울 추위, 아스팔트와 염전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춤추는 단원들의 모습이 반발을 불러온 것이다.

야외 공연 영상을 게시한 국립발레단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대체로 단원들을 혹사한 데 대한 비판이다. “거친 바닥에서 춤추면 토슈즈 갈려 나가고 충격 때문에 안 그래도 몸 구석구석 아픈 무용수들 관절 망가진다”, “열정이 아니라 학대다. 아직도 사람 몸 하나 망가지는 게투혼인 줄 아나”, “학대를 예술이라고 포장하지 마라”, “아스팔트, 염전, 흙길 위에서 토슈즈 신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마음 아파서 못 보겠더라” 등이다.

“이게 지금 2020년에 볼 기획인가 싶다. 감동도 어떤 것도 없고 무용수들을 얼마나 도구처럼 여긴 기획인지나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안전하게 공연하는 모습을 원하지 이런 1990년대식 ‘노오력’ 신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시대에 맞지 않는 기획이라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같은 영상을 게시한 KBS 유튜브 계정에 달린 댓글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국립발레단 측은 “어려운 시기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며 “단원들의 동의 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을 내놨다. 또 연출한 부분은 있지만 단원의 건강과 안전을 모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 역시 공감을 얻지 못하고 핑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원들이 캐스팅 선발권을 가진 발레단 측의 무리한 기획에 ‘자발적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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