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65만명 목숨 구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재조명되는 '덱사메타손'

고재원 기자 2020. 12. 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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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계 최대 코로나19 약물실험 '리커버리' "치명률 최대 3분의 1 감소"
저렴하며 널리 활용되는 염증치료제 덱사메타손이 영국 임상시험팀이 수행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학정보원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에 쓰였던 염증치료용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의 무작위 코로나19 치료제 실험인 ‘리커버리’ 프로그램에 따르면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치명률을 크게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덱사메타손은 약물에 대한 특허권이 없어 4mg에 100원 정도로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하다. 리커버리 프로그램 책임자는 덱사메타손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65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8일 가디언은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가장 극적인 성공결과 중 하나”라며 “염증에 대한 값싼 치료법이 중증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덱사메타손은 스테로이드 계열의 항염증제다. 약 60년 동안 염증 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제로 쓰였으며 약물에 대한 특허권이 없어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제조사마다 가격은 다르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유엔 소속 국가에서는 4mg을 평균 0.092달러(약 1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1mg에 25원인 셈이고, 하루 최대 권장량인 6mg을 3일 동안 투약할 경우 드는 비용은 450원이다.

리커버리 프로그램은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산하 175개 병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코로나19 임상시험 프로젝트다. 덱사메타손을 포함해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과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인간면역결핍증 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으로 만든 치료제 등을 검증하고 있다. 

수천 명의 의료진과 수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도 진행형이다. 미국과 다른 유럽 지역에서 진행되는 수백명 대상 임상시험과 유사하지만 환자 규모가 대규모인 데다가 대상 약물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임상시험을 주도했던 피터 호비 영국 옥스퍼드대 글로벌보건학과 교수와 마틴 랜드레이 전염병학과 교수가 리커버리 프로그램을 지난 4월 시작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리커버리 프로그램 결과에 따르면 덱사메타손이 인공호흡기를 설치해야 하거나 산소 공급을 받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28일 뒤 치명률을 최대 3분의 1 감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6mg의 덱사메타손을 경구 또는 정맥주사를 이용해 투약했다.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거나 산소 공급을 받는 중증 환자와, 이런 조치가 필요 없는 환자가 섞여 있었다. 덱사메타손은 인공호흡기 사용 환자의 사망을 35%, 산소 공급을 받는 환자의 사망을 2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서는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와 관련해 덱사메타손을 ‘생명을 구하는 과학적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랜드레이 교수는 가디언에 “리커버리 프로그램 진행 결과, 덱사메타손 약물의 효과 발견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65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국에서만 덱사메타손은 이미 1만2000명 이상의 사망을 막았다”고 말했다.

리커버리 프로그램은 아지트로마이신과 칼레트라와, 하이드로클로로퀸 관련 임상시험 결과도 발표했는데, 이 세 가지 약물은 코로나19 치료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혈장 치료제와 트럼프 대통령 치료에 쓰였던 단일클론항체 치료제, 항염증성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 항염증제 콜히친, 혈액 희석제 아스피린 관련 임상시험 결과는 곧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방역당국은 덱사메타손을 코로나19 보조 치료제로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닌, 염증반응을 완화시켜주는 치료제일뿐이란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6월 “(덱사메타손이)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로 오래 전부터 써왔던 그런 흔한 약물로 염증반응을 좀 줄여주는 목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고, 일부 병원에서도 그런 목적으로 처방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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