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열성 지지층..민주당, '팬덤 정치' 덫에 걸렸다

박용하·조형국 기자 입력 2020. 12. 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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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서 '윤석열 탄핵' 격론..김태년 "도움 안 된다" 반대
열린민주당 통합론까지 '친조국 거리 두기' 보선 딜레마
중도층 등 돌리는데..당 지도부도 '눈치보기' 못 벗어나

[경향신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특위 1차 회의에서 기념촬영 후 자리에 앉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후폭풍’의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자 정치’의 덫에 빠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퇴진에 치우쳐 있던 검찰개혁 방안에 변화를 주려 했으나, 열성 지지층의 주장에 편승한 ‘윤석열 탄핵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되면서 ‘조국 수호’ 세력과 거리 두기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됐다.

윤 총장 탄핵을 둘러싼 민주당 내 이견은 29일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확인됐다. 지도부는 검찰개혁 방식으로 탄핵보다 제도적 측면을 우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김두관·김경협·민형배·황운하 등 탄핵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공개석상에서 분출된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와 윤영찬·양기대 의원 등이 반대 의견을 밝히자 논쟁도 벌어졌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김 원내대표가 ‘탄핵은 국정 운영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반대했지만, 김두관 의원은 탄핵의 당위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을 끝내며 “향후 방역과 민생,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강경파들은 ‘조건부 탄핵’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을 준비한 뒤 윤 총장이 정치적 행보를 보이면 즉각 나서겠다는 것이다.

강경파들은 “탄핵에 나서는 것이 지지자들의 호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 열성 지지층의 주장이 ‘선’을 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사법부의 판단을 무조건 ‘수구 카르텔의 준동’으로 단정하기는 힘들 뿐 아니라 국회의 힘으로 이를 뒤집는 것은 이견을 인정하지 않는 ‘위협’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에 이어 인사까지 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탄핵이 무산되면 역풍도 불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주요 인사들은 열성 지지층의 주장에 편승하는 ‘해바라기’ 정치를 거두지 않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들에게 4000~5000통 정도 (지지자들로부터) 메시지가 오는데 이 요구를 외면하는 건 옳지 않다”며 제도개혁에 집중하자는 지도부의 방침을 “죽도 밥도 아니게 타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도부도 지지층 ‘눈치보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낙연 대표만 해도 항후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이들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 다만 이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따르면 중도층과 잠재적 지지층을 밀어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가뜩이나 중도층의 지지가 윤 총장으로 대거 옮겨가며 이 대표의 ‘대세론’은 흔들린 상태다.

열성 지지층을 대하는 민주당의 딜레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이날 후보 단일화와 선거 승리를 위해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방어를 검찰개혁과 동일시한 그간의 실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친조국’ 성향이 강한 열린민주당과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집토끼인 열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다시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자성하라는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용하·조형국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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