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성탄절 맞은 '관종'의 특별한 '사재기'

박은주 2020. 12.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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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개 상자에 담긴 과자, 음료, 인형들.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까지 빼곡히 실어서 겨우 옮긴 상자들은 크리스마스 전날과 당일에 전남 목포의 한 영아원으로 배달됐습니다.

그는 한 회원의 영아원 방문 후기 글을 본 뒤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영아원에서 필요하다고 한 물티슈, 파티에 쓸 풍선 등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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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10여개 상자에 담긴 과자, 음료, 인형들.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까지 빼곡히 실어서 겨우 옮긴 상자들은 크리스마스 전날과 당일에 전남 목포의 한 영아원으로 배달됐습니다. 배달원은 자동차 커뮤니티 회원인 A씨입니다. A씨의 동의를 얻어 사연을 전합니다.

A씨는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아주 특별한 쇼핑에 나섰습니다. 과자, 과일 등 먹거리와 장난감을 ‘사재기’한 겁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건 아닙니다. 물품을 받을 이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영아원 아이들이었죠.


A씨의 선행은 지난해 11월 시작됐습니다. 그는 한 회원의 영아원 방문 후기 글을 본 뒤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 겁니다. A씨는 여태 미뤘던 일을 당장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곧장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A씨와 친분이 있던 다른 회원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함께 가지는 못하지만 대신 선물을 사달라며 후원금을 보내준 겁니다. 그는 이날 마트에서 카트 2개에 가득 담길 만큼 과자를 샀습니다. 이후 시장을 찾아 과일을 몇 상자 샀죠. 이 선물들은 고스란히 영아원 아이들에게 전달됐습니다.


A씨는 당시 올린 글에서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자주 보여드리는 관종(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겠다”며 “다음 목표는 크리스마스이브 때 아이들과 파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죠. A씨는 이 약속을 지켰습니다. 정말로 그해 크리스마스에 다시 아이들을 찾은 거죠. 사탕, 초콜릿, 과자, 바나나, 사과, 피자, 라면 등 온갖 먹거리를 한가득 들고요. 영아원에서 필요하다고 한 물티슈, 파티에 쓸 풍선 등도 준비했습니다. 이때도 회원들의 도움에 풍성한 선물을 마련했던 거라고 합니다. A씨 본인은 내복을 선물했죠. A씨와 함께 영아원을 방문한 회원이 산타 변장을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A씨는 올해 5월에도, 8월에도, 10월에도 영아원을 방문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아니었지만 기꺼이 아이들의 전속 산타가 됐습니다. 자신의 선물에 더해 다른 회원들의 선물까지 아이들에게 전했습니다. 다른 회원들을 대신에 몇 시간씩 쇼핑을 하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았죠.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 그는 무려 이틀에 걸쳐 쇼핑을 하고, 차량 한가득 선물을 담아 다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10명이 넘는 회원들이 선물을 보냈습니다. 홀로 상자를 하나하나 옮기고 마주한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했습니다.




그의 ‘특별한 사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회원들이 후원금을 넘치게 보내줘 돈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쯤 또다시 선물을 싣고 영아원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A씨는 후원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방문 후기 글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처음에 약속한 것처럼 저는 앞으로도 꾸준하고 더 열심히 하는 관종이 되겠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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