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난 도망 중" 생중계..영국인 400명 탈출에 스위스 분노

정은혜 2020. 12.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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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이 즐겨 찾는 스위스 바르비에의 스키 휴양지.[AFP=연합뉴스]

스위스가 자가격리 요구를 무시한 채 스키 리조트를 '집단 탈출'한 영국인 관광객 소식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가격리 대상자 420명 중 이를 지킨 영국인은 12명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게다가 한 전직 영국 외교관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탈출기'까지 무용담 삼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바그네스자치구 베르비에 스키 리조트에 묵고 있던 영국인 400여명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소식에 '열흘간 자가격리' 지침이 내려지자 스키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격리장소에 남은 영국인은 12명에 불과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스위스 매체 손탁자이퉁에 따르면 격리 대상자 420명 중 200여명은 하루 만에 사라졌고, 나머지 200여명도 지난 주말 사이 자취를 감췄다. 이들에게는 최대 8300파운드(약 1226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위스 보건부 장관 알랭 베르세는 "우리의 자가격리 요구가 존중받지 못했다"면서 "이는 명백히 문제"라고 말했다.


전직 영국 외교관 SNS에 스위스 '탈출기' 올려

앤디 위그모어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스위스 스키휴양지에서의 모습. [인스타그램]

이런 상황에서 한 전직 영국 외교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스위스 탈출기'를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 비유하며 무용담처럼 게시했다. 28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직 외교관이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운동가 앤디 위그모어가 격리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 스위스를 탈출한 뒤 (그 소식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위그모어는 지난 22일 가족과 함께 스키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스위스 당국이 격리 지침을 소급 적용할 계획이라는 소문을 듣고 바로 리조트를 빠져나갔다. 23일 그는 이런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실시간으로 게재했다. "두 명의 아이와 함께 스위스에서 도망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프랑스를 경유해 유로스타를 타고 그는 23일 런던에 도착했다.

그는 게시물이 논란을 빚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인디펜던트에는 "우리 가족 모두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는 해명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프리랜서 언론인 마리 노바코비치는 트위터에 "영국인의 명예가 이번처럼 떨어진 적이 없었다"며 개탄했다.

파문이 커지자 베르비에 리조트의 대변인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이 갑작스럽게 20㎡의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된 건데, 이는 참기 어려운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되레 스키장을 진작 폐쇄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는 비판이 일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보건부는 27일 스위스와 인근 리히텐슈타인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 2건을 발견했다.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도 2건 확인됐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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