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 불허는 초선의 힘? "홍준표 들어오면 내가 나간다"

곽우신 2020. 12. 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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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과반이 초선, 중진 권위주의 안 통해.. "보수 혁신 무산 우려"

[곽우신 기자]

 홍준표 무소속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홍준표 의원이 복당하면 내가 나가겠다'라는 의원도 있다. 그만큼 분위기가 안 좋다."

홍준표 의원(5선, 대구 수성을)의 복당 문제가 국민의힘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과 중진 의원들의 기류가 선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일단은 당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의 여론이 더 힘을 얻은 모양새이다.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홍준표 의원의 복당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초선 의원은 딱 정해져 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반대"라며 "지금 초선 의원들은 선수가 낮다고 해서 중진 의원들의 기세에 밀리거나 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최근 <서울경제> 등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홍준표 의원 등의 복당을 사실상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홍준표·김태호·윤상현 등 무소속 의원들 지역구의 현재 당협위원장들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근거였다. 당협위원장 자리는 해당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 맡는 게 일반적인데, 이들의 복당을 고려했다면 미리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 자리를 비워놔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갈등을 겪었다. 당의 불출마 종용에 반대해 탈당을 감행,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이후 홍 의원의 복당 문제는 주기적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SNS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홍준표 의원의 복당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이들만 해도 김기현·정진석·장제원 등 3선 이상급 의원들부터 유승민·오세훈 등 중량감 있는 원외 대선주자급 인사들까지 다양하다.

"당이 추구한 '보수 혁신'이 '도로 아미타불' 된다"

하지만, 초선들의 여론은 상당히 강고하다. 현재 102석 국민의힘 중 초선 의원은 58명이나 된다. 과거와 달리 친이·친박 등 계파색도 옅다. 보수가 어려운 시기에 당의 간판에 힘입어 들어온 게 아니라 본인의 실력으로 당선됐다는 자신감도 있다.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중진 의원이 발언하던 도중, 대놓고 앉은 자리에서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외치는 초선들도 있다"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예전만큼 중진 중심의 '권위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초선 의원은 "홍준표 의원이 당에 들어와서, 당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솔직히 회의적"이라며 "홍 의원은 낡은 강성 보수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국민적 비호감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이었다면 모를까, 국민의힘에는 그의 자리가 없다"라고도 단언했다. 

또 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은 "홍 의원이 당에 들어오면, 당장 젊은 여성 유권자의 표는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당이 추구해온 '보수 혁신'이 '도로 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홍 의원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잘 풀려서 복당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라면서도 "단, 조건이 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합리적이고 온건한 보수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며 "지금처럼 태극기 세력의 상징으로 있는 한, 당에 들어와도 서로에게 마이너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투톱'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모두 홍준표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에 대한 복당 불허가 지도부의 의중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은 정식으로 복당 신청서를 제출한 것도 아니다. 당연히 비대위나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복당에 대해 논의된 바도 없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판단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는 건 당내 여론"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무조건 합쳐야 한다'라는 당위론에 반대하는 초선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김종인 위원장도 중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복당 불허'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초선, 국민적 여론에 민감... 복당 무리수 둘 필요 없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당분간 딱히 홍 의원의 복당을 위한 모멘텀이 있을 것 같지 않다"라며 "복당하려면, 이를 위한 계기나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 조건에서는 어렵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선 국면이 열리는 것도 아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분위기도 좋은데 굳이 복당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것.

엄 소장은 최근 홍 의원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정권퇴진 비상시국연대'에 모습을 드러낸 점 등을 들어 "당의 '중도 확장'에 홍준표 의원이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굳이 중도 확장을 안 해도 차기 총선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중진 의원들과 달리, 초선 의원들은 보다 국민적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에서 "홍 의원이 당 외곽에서 계속 당을 향해 돌을 던지게 두는 것과, 당 안에서 '우리 함께 잘해보자'라는 것 중 어떤 게 더 좋겠느냐?"라며 "당 지도부가 홍준표 의원을 당 밖에 저대로 두는 건 책임지기 싫다는 거다. 여론을 핑계로 가장 쉬운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 반대하는 초선들을 설득하고, 홍준표 의원도 당에 대한 공격을 그만두고 부드러운 자세로 나와야 한다"라며 "그게 정치이다. 보수가 하나가 되지 않고서 선거 승리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라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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