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에 붙은 세 가지 물음표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0. 12. 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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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접종시기·물량에 대한 국민적 관심 커져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코로나19 백신을 손에 쥐고 이것을 사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과, 백신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들어간 올 상반기부터 의료 전문가들이 백신 확보를 꾸준히 주장해 오면서 강조한 말이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선 이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손에 쥔 백신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44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현재 계약을 체결해 확보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이 유일하다. 우리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쏠리고 있다. 과연 안전하지, 언제 맞을 수 있는지, 물량은 충분한 것인지가 국민의 최대 관심사다. 

현재 한국이 유일하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 연합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안전한가?

미국 등 세계 의료계는 안전성에 여전히 의문 나타내

백신은 일반적으로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인데 코로나19 백신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개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점을 고려해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중첩하는 방법 등으로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그러다 보니 백신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던 9월 신경계 중증 이상 반응이 생겼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이상 반응이 백신과 무관하다는 증거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미국 내 임상시험은 7주간 중단됐다. 백신과 부작용이 관계가 없다는 증거를 뒤늦게 제출하면서 미국 보건 당국의 신뢰를 잃었다.

다시 진행한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가 11월23일 나왔다. 1개월(28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2주가 지난 후 백신을 맞은 군(群)과 가짜 백신을 맞은 군의 예방 효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백신 공장에서 백신을 병에 넣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절반(하프 도즈)만 주입됐다. 1차에서 하프 도즈를 맞고 2차에서 풀 도즈(본래 1회 용량)를 접종한 약 2700명에게서 백신 효과가 90%로 나타났다. 1차와 2차 모두 풀 도즈를 접종한 약 8000명에게서는 백신 효과가 62%로 집계됐다. 두 그룹을 합친 백신 효과가 70%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하프 도즈+풀 도즈' 투여군에서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FD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는 추가 임상시험을 영국과 유럽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11월말께 임상시험을 마치고, 12월부터 각국에서 사용하려던 당초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FDA와 유럽연합(EU) 보건 당국의 승인이 보류됐다. 추가 임상시험 결과는 일러야 12월 말에 나와 2021년 1월 영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FDA 승인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미국 FDA 승인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사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그런데 또 다른 변수가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2월11일 성명을 통해 "서로 다른 백신의 조합을 평가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접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하고 2차 접종은 스푸트니크V 백신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러시아 가말레야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 임상시험 3상을 생략해 국제 의료계로부터 안전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FDA 승인을 받지 않은 백신을 우리가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데,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일본은 9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또 백신은 고위험군인 고령자부터 접종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은 18~55세여서 고령자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이 불분명하다. 몇몇 나라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할 예정인데, 우리가 생산한 백신과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백신의 품질이 동일한지 동등성을 검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렇게 불분명한 것이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이 12월18일 정부청사에서 코로나19 해외 개발 백신 확보 물량과 공급시기 등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제 맞을 수 있나?

이르면 3월 늦으면 4월 접종 시작할 듯

아스트라제네카가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백신 접종 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2020년 말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그렇더라도 2021년 1월에나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까. 정부 발표를 종합해 볼 때 이르면 2021년 3월, 늦으면 4월에나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구체적인 접종 일시를 발표한 바 없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구매계약서에 공급 일자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12월20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2021년 1분기부터 공급받도록 약속돼 있다. 정부로서는 2월부터 접종하고 싶지만 1분기 중 언제 공급될지는 약속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백신이 국내로 들어오는 날짜마저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다만, 정부는 백신이 2021년 2~3월 국내에 들어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12월2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021년 2~3월에 국내에 들어오는 게 확실하다. 여러 경로로 확약돼 있다"고 밝혔다.

물량은 충분한가?

4400만 명분 중 3400만 명분 도입 시기는 미지수 

정부가 확보하려는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4400만 명분이다. 구체적으로는 화이자 백신(1000만 명분), 모더나 백신(1000만 명분), 얀센 백신(400만 명분), 코백스 퍼실리티 공급 백신(1000만 명분)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선구매 계약으로 확보한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이다. 화이자·모더나·얀센과는 2021년 1월 계약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 국내로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 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할 백신 1000만 명분은 2021년 3월 이전까지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코백스 측에서 2021년 1월 중 구체적인 물량과 제공 시기를 제시할 예정이지만 변동될 수 있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1000만 명분은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를 접종하더라도 집단면역이 힘들어 전반기에 코로나19 종식은 무리다. 코로나19 백신은 개발 기간을 앞당긴 만큼 부작용이나 도입 시기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국민보다 2~3배 많은 물량의 백신을 확보한다. 우리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0만 명이 맞을 분량의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다. 정세균 총리는 12월20일 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의 1분기 접종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가능성이) 없다. 해당 업체들과 계약은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12월14일 TV 스크린에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국민 연설이 방영되고 있다. ⓒREUTERS

싱가포르와 한국 리더십의 차이에서 생긴 일

동남아 최대 코로나19 발생국에서 최초 백신 도입국 된 싱가포르 

인구 570만 명 가량의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왔다.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1차분을 싣고 벨기에에서 출발한 화물기가 12월21일 밤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이 백신은 싱가포르 보건 당국이 승인한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3월 하순 각급 학교 개학을 강행한 뒤 지역감염 사례가 봇물 터지듯 잇따랐다. 3~4월 하루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동남아 최대 코로나19 발생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 무렵 싱가포르는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백신전문가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면서 백신 확보에 나섰다.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180억원)를 배정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물론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중국 시노팜 백신까지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리 총리는 12월14일 대국민 담화에서 "세계적 대유행 초기부터 정부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싱가포르는 화이자 백신을 도입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됐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1년 3분기 이내로 싱가포르 전 국민에게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백신 얘기를 꺼내긴 했다. 하루 확진자가 1030명을 기록한 다음 날인 12월13일 문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사용되기 전까지 마지막 고비다. 그때까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과 치료제다. K방역은 위기 순간에 더욱 강했다"는 추상적인 내용으로 일관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문답한 적은 없다. 다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지난 7월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이 가동될 때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며 백신 확보에 늦었음을 인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문제를 두고도 문 대통령은 "중대본이 과감히 결단해 달라"고 했고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도 했으나 오히려 하루 확진자 1000명 시대에 들어섰다.

싱가포르의 확진자는 하루 10명 내외다. 다음 주부터는 집합금지 인원도 5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등 방역 단계를 완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리더십은 국가적 위기일 때 가장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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