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태국 유명 여배우 '샤이' 왕실모독죄로 기소 위기

김원장 2020. 12. 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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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배우 샤이 샤로엔푸라(Sai Charoenpura)가 왕실모독죄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여 명의 시위 리더들이 비슷한 혐의로 고발됐다. 가수이자 유명 배우인 그녀는 태국 민주화시위에 음식과 마스크, 이동식 화장실 등을 제공해 왔다. 그래서 별명이 ‘파이프라인(pipe line)’이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던 10대를 지나 ‘샤이’는 99년 드라마 ‘낭낙(นางนาก)’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녀는 유명 영화감독 루즈 론나팝(Ruj Ronnapop)과 영화제작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3살에 TV드라마에 데뷔했고, GMM그래미와 계약하며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19살이 되던 99년,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낭낙(Nang Nak)이 히트하면서 스타로 받돋음했다.

상류계급을 ‘하이소’(High society)라는 계급으로 분리하는 태국에서 샤이는 ‘하이소’ 중의 ‘하이소’ 인생을 살았다. 인스타팔로워가 아직도 50만 명을 넘는다. 트위터에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거침없이 밝혀온 샤이는 올해 민주화 시위가 본격화되자 시위대에 재정적 지원을 이어갔다.

태국 경찰이 시위대에 물품을 제공하는 출처를 추적하자, 샤이는 자신이 선풍기와 구급상자, 방독면, 심지어 이동식화장실까지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거기에는 식사와 함께 음료수, 아이스크림까지 포함돼 있었다. 시민들은 그녀가 운영하는 ‘Coffee Tree’라는 카페에서 음료나 케이크를 팔아주는 방식으로 답했다. 시위대는 그녀를 ‘Sugar Mama’라고 부른다.

배우 ‘샤이’가 기부한 마스크들.


올봄 태국 언론 ‘Matichon’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의사와 간호사 경찰이 정치적인 의견을 낼 수 있다면 연예인도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시민운동가가 될 수는 없지만, 정치는 시민 누구의 삶에서도 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위대에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급전직하’중이다. 영화계약은 끊겼다. “사람들은 저를 만나면 저와 사진을 찍고 그것을 SNS에 올리죠. 그 아래에는 가혹한 댓글들이 달립니다. ‘반군주제 인사’ ‘국가 혐오자 ชังชาติ ’라구요”

군주제 국가 태국에서 아직도 국왕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동남아 2번째 경제 대국이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시위에 참여하는 여성은 이 모든 것을 온몸으로 겪어야 한다. (늘 그렇지만) 정당한 비판보다 비난과 저주가 민주화시위대를 겨냥한다. 그 꼭짓점에 그녀가 있다. 1%의 삶을 살아온 그녀가, 1%만을 위한 세상에 대한 개혁을 외친다. “1%의 삶을 살지도 않는 국민들이 왜 1%만을 위한 이 비정상을 지켜보는지 모르겠어요”

샤이처럼 방콕의 젊은이들은 부모세대와 크게 다른 정치관을 갖고 있다. SNS로 무장하고(태국은 페이스북 가입자 수가 인구보다 많다) 거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한다. 식탁에서 부모님에게 정치를 배우지 않았다. 온라인과 페이스북, 그리고 채팅(태국은 line을 가장 많이 쓴다)으로 현실 정치를 만나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입헌군주제 이후 19번이나 쿠데타로 집권한 정부나, 정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지명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당연해보인다.

방콕 방켄 메트로폴리탄경찰서에 출두한 영화배우 ‘샤이’, 왕실모독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태국 민주화 열기는 식고 있다. 시위는 크게 줄었다.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 그리고 왕정을 지지하는 기성세대와의 갈등으로 태국 민주화시위는 에너지를 잃고 있다. 특히 태국 시위대에는 과거 한국의 ‘전대협’처럼 일사불란한 지도체제가 없다. 시위지도자들은 하나둘 기소되고 있다. 겨울과 함께 처벌의 시간이 왔다.

샤이가 경찰에 소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태국 트위터에는 ‘샤이를 구하자(Save Sai Charoenpura)’는 해시태그(hashtag)가 올라왔다. 이 해시태그는 그날 하루에 13만9천여 번 리트윗됐다.

‘샤이를 구하자’는 해시태그


“지금 승리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이어질 거라고 믿습니다. 이 싸움은 내 혈관을 흐르는 영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거예요” 샤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로 기소될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태국 정부의 시위대에 대한 무더기 기소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태국에서 왕실모독죄는 최대 15년형이 가능하다.

시위대가 ‘샤이’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행운을 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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