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건 죽어야"..직원 폭행 사망, 잔혹한 음성파일

배승주 기자 2020. 12. 3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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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옷 벗기며 폭행 돕고 증거도 지워..'가해 대표' 조력자들
[앵커]

사람을 구한다는 사설 응급구조 업체에서 직원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하면 할수록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 녹음파일 들어 보시죠.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된다고. (죄송합니다.) (때리는 소리) (죄송합니다.) 팔로 막아? (죄송합니다.)]

사실상 업체 대표인 사람이 응급구조사를 때린 당일의 상황입니다. 구급차를 몰다가 접촉사고를 냈다는 이유였습니다. 맞다가 정신을 잃었는데도 응급조치도 안 하고 되레 연기였다며 동영상을 찍어 돌리기도 했습니다. 12시간 가까이 폭행과 괴롭힘을 당한 끝에 피해 직원은 숨졌습니다.

먼저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A씨 : 너는 사람대접도 해줄 값어치도 없는 XXX야.]

[B씨 : 죄송합니다.]

[A씨 : 야이 개XX XX야 너 아비·어미가 불쌍하지 않니? XXX야]

지난 24일 사설 구급대 응급구조사 42살 A씨와 동갑내기 동료 B씨의 통화 내용입니다.

B씨가 구급차를 몰다 낸 접촉사고가 문제였습니다.

사실상 대표인 A씨에게 늦게 보고했다고 나무라는 겁니다.

[A씨 : 너는 말할 값어치가 없는 XX라고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된다고…]

[B씨 : 죄송합니다.]

이어 사무실에 오자마자 B씨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A씨 : 열중쉬어.]

[B씨 : 네. 열중쉬어. (때리는 소리)]

[A씨 : 열중쉬어 XXX아. (때리는 소리) 연기해?]

[B씨 : (흐느끼는 소리) 아닙니다.]

[A씨 : 연기해?]

[B씨 : 아닙니다. 연기하는 거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직원들은 4시간 넘게 폭행이 이어졌다고 증언합니다.

[동료 : (발로) 차니까 뒤로 넘어가면서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눈이 뒤집히면서 기절을 하더라고요.]

A씨는 정신을 잃었던 B씨 행동이 연기였다며 퇴근한 직원들에게 깨어난 B씨 영상을 찍어 보내기도 했습니다.

영상에서 B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습니다.

[A씨 : 눈 똑바로 떠라.]

[B씨 : 네. 듣고 있습니다.]

동료들에 따르면 B씨는 한달 전에도 머리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맞았습니다.

[직원 : 때리고 나면 이제 신고할까 봐 집에 안 보내고 (다 같이) 감금이죠. 자기들도 사무실에서 같이 자면서…]

경찰은 구속된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또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추가로 확인 중입니다.

[앵커]

이렇게 가해를 한 사실상의 업체 대표를 도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폭행을 돕고 쓰러진 직원도 함께 옮겼습니다. 업체 CCTV도 지우고 숨진 직원의 휴대전화까지 초기화했습니다.

녹음파일 내용과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백민경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기자]

구급차 한 대가 천천히 뒤로 갑니다.

차 문이 열리더니 들것을 빼냅니다.

맞아서 의식이 없는 B씨를 옮기는 겁니다.

녹취록에는 직전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가해자인 A씨 지인인 이 업체 본부장이 A씨를 돕습니다.

[A씨 : X새끼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거짓말, 또 거짓말.]

[본부장 : 영혼을 (때리는 소리) XX새끼야. 영혼 없는 대답하지 말라고…]

맞고 있는 B씨를 비웃기도 합니다.

[B씨 : 영혼 없는 대답을 했습니다. (웃음소리) 제가 괜히 거짓말하면서 단장님에게 괜히 잘 보이려고 계속 거짓말하고.]

겉옷도 벗깁니다.

[B씨 : 죄송합니다. (때리는 소리)]

[본부장 : 야. 앉아. 옷 벗어라.]

대표인 A씨의 아내도 쓰러진 B씨와 폭행 흔적을 감추려고 출근하는 직원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이들은 CCTV 영상을 지웠습니다.

B씨의 휴대폰을 초기화해 저장 내용도 모두 지웠습니다.

[동료직원 : 폭행할 땐 항상 휴대폰 같은 거를 꺼내 놓게 했어요. 뭐 동영상이나 뭐 녹화를 못 하게…]

[동료직원 : 단장이라는 사람하고 대표, 본부장, 이 사람들이 저희한테 이제 밖에서 이런 걸 유출하면 너희도 처벌받고 너희도 고소할 거다.]

직원 8명인 작은 업체인 만큼 이런 조력자들의 감시가 피해자에게 큰 압박이 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년에 걸친 폭행은 한 동료가 녹음 버튼을 누르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동료직원 : (가해자)밖에서 (저랑) 통화를 하면서 들어오는 상황이었잖아요. 이때가 기회다 싶어서 녹음기를 켜 놓고 기다렸고 단장이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때렸는데… 저는 그런 거 때리고 이럴 때 그냥 눈 감고 있거나 구석에 숨어 있거나 그래가지고 그 장면은 못 봤어요.]

경찰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복구하고 대표인 A씨 아내와 업체 본부장도 사체 유기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수사 중입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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