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했더니 위협, 무서워서 신고하겠나요?"

정반석 기자 2021. 1. 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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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에는 우리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또 어른들 때문에 아파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할 점들을 오늘(1일)과 내일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끊이지 않는 아동 학대 사건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방에 갇힌 채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다 숨진 천안의 소년.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맨발로 탈출한 창녕의 소녀.

두 9살 어린이의 끔찍한 학대 피해 소식은 지난해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이후에도 입양 전에는 건강하던 16개월 아기가 어머니에게 맞아 멍투성이로 숨지는 등 비극은 계속됐습니다.

[A씨/16개월 아기 입양 전 위탁모 : 정말 유쾌한 아이였어요. 그냥 조금만 놀아주고 반응해주면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고 웃는 아이인데.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팠으면 아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어요. 우리 애기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부모도 문제였지만,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신고를 받고도 어머니와 전화 통화만 하거나

[충남 천안 경찰 관계자 : 어떤 방문이라든가 이런 거는 다 지양해라. 다 미뤄놔라. 그런 지침을 계속 따르고 있었던 거에요.]

위기 아동으로 지정됐는데도 방문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남 창녕군청 관계자 : 코로나 때문에 이 사업 관련해서 가정 방문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3차례 신고에도 분리하지 않아 비극을 막지 못한 겁니다.

[서울 양천 경찰 관계자 : 엄마 품에 안겨서 거부반응 없이 잘 안겨서 놀고… 그런 반응들을 봤을 때는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거죠, 전문가들이.]

학대 부모들에게는 최고 징역 22년 선고까지 내려졌지만 처벌은 사후 약방문일 뿐, 갈수록 늘고 있는 아동 학대를 조기에 예방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만날 기회가 줄고 신고자 신상이 번번이 노출되면서 신고 의무자의 아동 학대 신고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B씨/전북 순창 공보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자) : 진료받으러 온 아이가 눈 옆에 혹이 6cm 정도로 커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는데 아동 부모로부터 위협을 받았습니다. 경찰의 사과를 받긴 했지만, 이런 일이 있다면 누가 무서워서 신고를 할 수 있을까요?]

지자체의 아동 학대 전담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에는 두 번 학대 신고되면 아동을 즉시 분리하는 등 보호 조치가 강화되는데, 무엇보다 주변 아이들을 향한 따스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송은정/창녕 아동학대 최초 신고자 :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괜찮아요.'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너 괜찮지 않아. 그래도 저는 어른이잖아요, 부모고. 한 번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상편집 : 황지영, CG : 이종정)    

정반석 기자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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