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롱""잔인·치사"..민주당 사면 결론 직격한 국민의힘

허진 2021. 1. 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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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목적 뭐든 상관없다"며 사면 환영했다가 민주당 최고위 뒤 비판 쏟아내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사진)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붙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이 3일 오후 당 최고위에서 사실상 제동이 걸리자 국민의힘 인사들이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사면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이·박 전 대통령의 반성’을 내세운 데 대해 격한 반응이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정치적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반성하라는 말이 무슨 말이냐”며 “말도 안 된다. 사면을 두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친박근혜계인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 “엉뚱하게 ‘반성’ 조건을 내걸며 감옥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두 분에게 공을 떠넘겼다. 들었다 놨다, 뭐하는 행태인가. 가혹한 처벌로도 모자라나”라고 썼다.

사면론을 띄운 이낙연 대표를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것(사면 문제)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당 대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친이명박계인 장제원 의원은 “집권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문제를 청와대와 교감 없이 한 번 던져 본 거라면 집권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교감을 가지고 던졌는데도 당내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다면 이 대표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레임덕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후 민주당 최고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국민의힘에선 사면론에 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뤘다. 지난 1일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환영하지만, 정치적 계산에는 반대한다”는 반응이 상당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고려한 정치공학적 사면 건의가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정 연휴를 거치며 “경계한다”나 “우려한다” 같은 사족(蛇足)이 빠졌다.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형준 전 의원이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도가 무엇이든 이 대표의 사면 제의를 환영한다. 국민 통합을 위해서나 국격을 위해서나 사면은 필요하다”고 쓴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의 사면 건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측뿐 아니라 유승민 전 의원도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고, 원희룡 제주지사도 같은 입장을 표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계파를 떠나 ‘사면 환영’으로 대동단결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여권 지지층이 분열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데다, 강성 지지층은 “이낙연 대표는 사퇴하고 당을 떠나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적전분열(敵前分裂)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 개인의 정치적 욕심이든 선거를 염두에 둔 계산이든 상관없다. 우리(국민의힘)가 분열하지 않으면 되는 거고,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면 저들(민주당)끼리 싸우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종택 기자

다만,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면론이 처음 제기된 지난 1일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던 김 위원장은 3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므로 대통령이 판단해서 결정하면 끝나는 문제다. 대통령이 자기로서의 판단이 딱 서면 발표하면 되지 어디 이상하게 이낙연 대표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그런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청와대가 아닌 이 대표로부터 시작된 사면론에 쉽게 반응할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사면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사면론이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공감대에서 나온 얘기라는 게 확인되면 김 대표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해석도 된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달 15일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한 게 김 위원장인 만큼 사면 정국이 대두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준 게 김 위원장이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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