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코로나 백신 지원, 정부내 공감대..올해 현실화 가능할까

김동표 2021. 1.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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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장관 "북한과 백신 나누자" 첫 제안
美전문가도 "北도발 않는 조건으로 지원해볼만"
독일·오스트리아, 코백스 통한 간접지원 가능성 시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판문점선언문'에 서명한 뒤 맞잡은 손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제8차 노동당 대회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등이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대북 지원을 통한 한반도 정세 전환 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가 대북 백신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며 물꼬를 튼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대북 코로나19 백신 지원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다. 그는 수차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KBS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코로나 백신 지원 아이디어에 대한 정부내 공감대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 지원용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보건 당국과 협의 중인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북한은 물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보건 협력 연장선상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정부 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답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18일 KBS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KBS 화면 캡쳐>

이 장관은 12월 22일 '2030청년과의 온라인 토크콘서트'에서 "언젠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더 많이 개발·보급된다면 서로 나누고 협력해 한반도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종식하면 좋겠다"며 백신 나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이 장관과 통일부의 이러한 입장이 알려지자, 자국민을 위한 코로나 백신·치료제도 확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언급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로나19 백신 대북 지원에 대한 달라진 기류도 감지된다. 인도주의적 접근 차원에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등 긍정적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 전문가이자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에 도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등 인도적 의료지원을 제안하라"고 권고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대북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코백스(COVAX Facility)'를 통한 간접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RFA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을 전 세계에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기구다. 2021년 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20%까지 백신을 균등하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 등을 포함해 현재 190개 국가와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는 RFA측에 "코백스는 개발도상국들이 개발협력기금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아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코백스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오스트리아 외무부 관계자도 "오스트리아와 유럽연합(EU)이 코백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등 개발도상국이 코백스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인 1일 북한 평양의 만수대에서 시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다만 선진국들의 백신 선점,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확보한 백신의 규모, 코로나19 관련 대북 지원을 해온 단체들의 공식 입장 등을 고려하면 백신 대북 지원이 단기간내 현실화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코로나19 관련 대북지원을 해온 유엔 기구와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은 북한으로부터 백신 지원 요청을 받거나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힌 상태다.

유니세프(UNICEF)의 쉬마 이슬람 아시아태평양지역 대변인은 "코로나19 백신이 북한에 어떻게 보급될 지 말하긴 너무 이르다"고 RFA측에 밝혔다. 북한에 의료 물품을 지원해온 국경없는의사회 측도 "내년 북한에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옥스팜 등 국제 단체들이 코로나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구성한 '피플스 백신'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등 67개 저소득국가 국민의 90%는 올해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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