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낙연 "'朴·MB 사면 신념' 변함 없다..대통령에 건의할 것"

이성택 입력 2021. 1. 4. 04:30 수정 2021. 1. 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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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년 인터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신년 구상을 밝히고 있다. 오대근 기자

새해 벽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정치권이 술렁였다. 민주당 지도부와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난을 극복하려면 둘로 갈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적절한 시점에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민주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가 3일 사면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들(두 전직 대통령)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일단 발을 뺀 이후에도 이 대표는 “사면과 관련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국일보에 밝혔다. 속도 조절은 하겠지만, '국민 통합'을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는 신념은 지키겠다는 뜻이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 31일과 이달 3일 이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가며 입으로 글을 쓰듯 신중하게 답했으나, 사면 건의를 하겠다는 구상을 밝힐 때만큼은 확신에 차 있었다. 사면 주장이 신중하게 고민하고 계획해 내놓은 메시지라는 얘기다.

집권여당 대표를 맡아 차기 대선 레이스에 조기 등판하면서 ‘품격 있고 정제된 국무총리 이낙연’ 브랜드에 흠집이 났고, 이는 대선주자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정치를 배운 기간”이라며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대선주자 이낙연’의 행보에 조만간 본격 시동을 건다. ‘신(新) 복지체계’ 비전을 발표하는 것이 시작이다.

부동산 공급 대책과 관련, 이 대표는 "시장을 통한 주택 공급을 활성화 하겠다"며 재개발, 용적률 완화, 도심 고층화 등을 실현 방안으로 꼽았다. 단, "시장 이익의 상당 부분은 세금으로 환수한다"는 전제를 덧붙였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꺾이면 "경기 진작을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급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 시즌2’는 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에 선을 그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대통령 생각 어디 있는지 짐작해온 편... 조만간 사면 건의"

-신년사에서 ‘국민 통합’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구체적 방안은.

“새해엔 통합의 기운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갈등이 완화돼야 한다. 국민들이 좀더 편하게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

-언제쯤 건의할 생각인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므로 시기를 말씀드리는 것은 저의 영역을 벗어난다. ‘적절한 시기’라고만 말씀 드리겠다. 상황을 봐야 하고, 또 여러 의견을 경청할 것이다.”

-사면론을 제기한 뒤 정치권 파장이 큰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난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지금은 국민이 둘로 갈라져 있다. 국민의 힘을 모아야만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할 수 있다. 그렇게 하자면 정치가 복원되고 다시 활발해져야 한다. 그런 큰 틀에서 저의 고민을 충정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사면을 건의하기 전에) 충분히 고려하고 여러 의견을 듣겠다.”

-청와대와 교감 없이 사면론을 꺼냈을 것 같지 않다. 최근 문 대통령과 2차례 독대하면서 사면 문제를 의논했나.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다. 문 대통령과 (사면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전혀 논의가 없는,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국무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 있는지 짐작해온 편이다.”

-문 대통령도 사면에 긍정적이라고 봐도 되나.

“그런 말씀은 드리기 어렵다.”

물론 만약 문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해도 이 대표가 이를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 신중한 언행으로 이름 난 '정치 고수'인 이 대표 말을 액면 그대로만 믿기 어려운 이유다. 청와대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사면론을 문 대통령을 위한 이 대표의 '선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도 이달 중 확정된다. 사면의 법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야권에서 사면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다. 사면의 주도권과 사면 효과를 문 대통령에 온전히 돌리기 위해 이 대표가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길을 먼저 닦아 놓았다는 것이 '선의론'의 골자다. 이런 해석이 옳은지는 앞으로 문 대통령 응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 왜 새삼 통합을 들고 나왔나.

“우리 사회 갈등이 더 첨예해졌다. 이런 갈등을 그대로 두고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본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도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정작 민주당은 지난해 ‘입법 독주’를 하며 통합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해 국회에서 200건이 넘는 법안을 처리했는데, 대부분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특히 올해 정부 예산안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 합의로, 법정 기한 내에, 그것도 증액해서 통과시켰다. 이런 점이 너무 과소평가 되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 3법' 중에서 경찰청법은 여야 합의 처리했고, 국정원법은 여야가 함께 깊이 논의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했지만 국회법을 벗어나는 몸싸움이나 물리적 처리는 없었다.

기왕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경제 3법 등) 중요 법을 여야가 합의 처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쉽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합의를 위해 계속 법안을 지체시킬 수는 없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하며 특수 제작한 수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경기 진작 위해 전국민에 재난지원금 다시 지급할 수 있다"

‘통합’을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면 중도 확장이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 대비해 중도층, 넓게는 온건 보수까지 껴안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통합 구상을 정책에도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신년사에서 “기업을 도우며 경제를 새로 도약시키겠다. 기업인의 야성과 청년의 도전을 북돋는 활기찬 경제를 세우자”고 했다. 통상 보수의 의제로 꼽히는 ‘기업 활력’을 선점한 것이다.

-기업을 어떻게 도울 생각인가.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 많은 법안을 처리했지만, 혁신성장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은 좀 늦어졌다. 그런 법안을 2월 임시국회까지 집중 처리할 것이다. ‘한국판 뉴딜’을 위한 법안도 2월에 집중 처리하겠다. 기업들이 스스로 혁신성장에 나서고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하고 규제는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다.”

-재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규제로 느낀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기업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년사에서 확장 재정도 강조했다.

“새해엔 거시경제 지표는 반등 또는 회복 국면으로 가겠으나, 민생은 바로 회복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시차를 메우는 역할을 재정이 해야 한다. 이번에 (3차 재난지원금으로) 9조3,000억원을 580만명에게 지원해 드리기로 했지만 충분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늦지 않게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 등) 피해계층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검토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기 진작을 위해 전국민 지원도 할 수 있다.”

-전국민 지원은 왜 코로나19 이후인가.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집 밖에서 돈 쓰라고 돈 푸는 정책을 펴는 것은 상충하기 때문이다.”

-경기 진작을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도 검토 대상인가.

“오는 7일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모시고 주택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려 한다. 민주당이 준비한 정책과 신임 장관의 정책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책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동시에, 시장의 주택 공급을 좀 더 원활히 하는 방안도 병행할 수 있다고 본다. 주택 공급으로 생기는 시장 이익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환수, 그 재원을 공공분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장을 통한 주택 공급’에 재건축, 그린벨트 규제 완화도 포함되나.

“무조건 그린벨트부터 해제하자고 나서는 건 훌륭한 방법은 아니다. 재개발도 있고 용적률 완화도 있다. 도심 고층화나 주거용지 확보 방안도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을 통한 공급 물량이) 상당 부분 확보될 수 있다고 본다.”

-1주택자나,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신혼부부 등의 구제 방안도 준비하나.

“그분들에 대한 배려도 고려돼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상처 싫다고 정치 피할 수 없어...여당 대표로서 소중한 수업 중"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는 본격적 대선 국면이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뭐라고 보나.

“전진과 통합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가 겹치며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를 이겨내면서 앞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전진’이다. 혼란과 불안을 건너 미래로 가려면 국민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에선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

-대선주자로서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여당 대표로서 할 일과 (대선주자인) 개인으로서 할 일이 뒤범벅이 되면 안 된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그래서 저를 주목하신 분들은 그 점이 답답하셨을 것이다. 분야마다 (대선을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당 대표 직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책부터 말씀 드리겠다.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대에 국민 삶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히겠다. 대한민국이 지향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완성도 있는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신 복지체계를 제시하겠다. 소득뿐 아니라 교육, 보육, 의료, 건강, 주거, 환경 등 전방위적으로 국민 요구가 상승하고 있고, 거기에 국가가 부응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것이 신 복지체계다.”

-여당 대표를 하며 '이낙연 브랜드'가 다소 힘을 잃은 것 아닌가. 문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행정과 정치의 차이로 봐야 한다. 상처 나는 것이 싫다고 정치를 피해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입법 격돌의 시대, 갈등의 시기에 집권여당 대표는 많은 바람을 맞게 돼 있다. 개인 인기에도 상처가 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배우고 더 단단해질 것이다.”

-당 대표로서 무엇을 새롭게 배웠나.

“정치적 갈등과 대립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결말지어지는가, 그 과정에서 정치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지금 배우고 있다.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정부가 하는 일을 배웠고, 당 대표로는 정치가 하는 일을 배우고 있다. 저에게 매우 소중한 수업이다.”


"추·윤 갈등 거치며 국민이 검찰개혁에 더 공감"

이 대표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제도 개혁’ 위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추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 시즌2’는 어떤 내용인가.

“크게 세 가지다. 기소와 수사의 분리, 선택적 정의와 불공정 수사로 이어진 검찰권 남용의 소지를 없애는 것, 그리고 새로 시행되는 (수사권 조정, 검찰 직접 수사 범위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개정 형사소송법을 안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검찰개혁 시즌2'를 윤 총장 징계 실패에 따른 보복 혹은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안위를 보장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어렵게 이뤘고, 그 산물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새해 시행이 된다. 평소라면 형사소송법 시행 효과를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강했을 것이다. 이번 (추·윤 갈등 등) 파동의 영향으로 추가적인 제도적 검찰개혁을 얘기해도 부자연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문제는 대통령께서 사과를 하실 만큼 잘 되진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이 검찰개혁 필요성에 대해 더 공감하게 됐다. 그 결과로 '검찰개혁 시즌2'가 잉태된 것으로 봐달라.”

-지난해 법무부의 윤 총장 정직 2개월 결정 이후 페이스북에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윤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뜻이었나.

“그 문제는 징계 문제로 갈음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징계는 법원이 제동을 걸었고) 사후 대책으로 제도적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법원은 윤 총장 징계 사유 중 판사 사찰 등 두 가지 사유를 수용했다. 윤 총장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느끼는 것이 마땅하다.”

-당 일각에서 윤 총장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 입장이 정리돼 가는 과정이다. 제도적 검찰개혁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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